탑차와 작업차 붐대 부딪히며 충돌

추락방호용 안전대 미착용 상태

“작업효율 떨어진다고 장비 멀리”

지난 27일 성남 분당의 사고 현장. 사고 고소작업 차량이 현장에 정차해 있는 가운데, 옆 차로에서 승용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2025.2.27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지난 27일 성남 분당의 사고 현장. 사고 고소작업 차량이 현장에 정차해 있는 가운데, 옆 차로에서 승용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2025.2.27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고소작업차의 작업대에 올라 나무 가지치기를 하던 2명이 추락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났다. 당시 작업자들은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사고가 이따금 반복되는데도 현장 환경이 바뀌지 않는 건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앞세우는 뿌리 깊은 관행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28일 분당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전 9시50분께 성남 분당구 서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가지치기하던 작업자 A씨 등 2명이 15m 아래로 떨어졌다. A씨 등은 크게 다쳐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걸로 알려졌다.

인근에서 녹화된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이날 사고는 50대 운전자 B씨가 몰던 5t 탑차가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해 있던 고소작업차의 붐대(고층부와 차량 본체를 연결하는 지지대)를 치면서 발생했다. 당시 신호수가 고소작업차 몇 미터 앞에서 손을 흔들며 옆 차로로 우회해 달라는 제스처를 했지만, 탑차는 작업차 위에 달린 붐대를 피하지 못한 채 충돌했다.

지난 27일 성남 분당의 사고 현장. 사고 고소작업 차량이 현장에 정차해 있다. 이날 오전 작업자 2명이 작업대에 올라 가지치기를 하다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2025.2.27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지난 27일 성남 분당의 사고 현장. 사고 고소작업 차량이 현장에 정차해 있다. 이날 오전 작업자 2명이 작업대에 올라 가지치기를 하다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2025.2.27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현장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마터면 대형 2차 사고로 번질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충격으로 탑차의 탑(짐칸) 부분이 뒤로 꺾여 안에 실려 있던 플라스틱 팰릿 더미가 쏟아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모(46)씨는 “대형 폭발음이 들려 고개를 돌렸는데 화물차 탑이 무너져 내린 듯 기울어진 상태였다”며 “옆 차로에 많은 차가 지나고 있어서 자칫 큰 사고로 도로가 마비될 뻔했다”고 말했다.

운전자 B씨가 고소작업차를 충격한 점과 함께 A씨 등이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에 임한 점도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아파트의 가지치기 용역 발주로 작업에 나선 A씨 등은 당시 안전모는 썼지만 추락 방호용 안전대는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사업주는 고소작업대를 사용할 경우 작업자가 안전모·안전대 등의 보호구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높은 위치의 작업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떨어져 숨지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이처럼 반복되는 건 효율과 비용을 앞세우는 현장의 오랜 습성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탓이란 비판이 나온다. 3년 전쯤 광명에선 구청 청소차량이 길가에 주차된 고소작업차를 쳐 작업 중이던 50대가 숨지는 일이 있기도 했다.

사고 직후 인근 CCTV 화면. 차량 탑 부분이 충격으로 꺾여 있다. /독자 제공
사고 직후 인근 CCTV 화면. 차량 탑 부분이 충격으로 꺾여 있다. /독자 제공

한창수 민주노총 경기본부 노동안전국장은 “안전장비를 착용하면 작업 효율이 떨어지는 반면에 현장은 작업자에게 한정된 시간만을 부여하니 안전 장비를 멀리하게 되는 것”이라며 “관련법이 강화돼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안전을 위한 적정한 비용의 계약 관계가 마련되지 않고 비용을 감축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이런 사고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5t 탑차 운전자 B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으면, 조만간 그를 불러 사고를 낸 구체적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산업안전보건 관련법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도 해당 사고를 인지하고 재해조사에 나설지 검토 중이다. 노동부 성남지청 관계자는 “2명이 사고로 중상을 입은 것을 확인한 상황”이라며 “재해조사 기준이 되는지 검토 뒤 조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