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앞둔 미등록 이주아동 구제대책
기본적 의료보험·복지혜택 제외에도 그동안 학교는 다닐 수 있었지만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도 이달말까지… ‘거액 범칙금’ 망설이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단속과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 덕분에 우진은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었지만, 일상에선 여전히 제약이 많았다. 다래끼가 유난히 자주 나 병원을 찾을 때마다 진료비로 5만원씩 내야 했고, 중학교 교복구입비 80여만원을 오롯이 부담해야 했다.
기본적인 의료보험과 복지 혜택에서 제외된 탓이다.
미샤는 우진의 체류자격이 생기면 은행 계좌를 만들어주는 게 꿈이다. 그는 “은행 계좌가 없는 우진은 현금으로만 돈을 갖고 있으니까, 마실 물을 사야 한다면서 조금씩 가져가곤 했다”며 “비자가 나오면 본인 돈을 모으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본인 이름으로 된 통장부터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현재 우진의 체류자격 부여를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한국은 국내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임시 구제 대책을 적용해 왔다. 부모가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민일지라도 본인의 선택과 무관하게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에겐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거칠게 요약해 “부모에게 죄가 있더라도 아이에겐 그 죄를 묻지 말라”는 것이다.
그 최소한의 구제대책은 이달 말 사라진다. 이 제도를 관장하는 법무부는 제도 연장 여부에 대한 확답을 유보했지만, 시민사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연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구제대책으로 임시체류자격을 신청한 미등록 이주아동은 2천894명이다. 이중에서 2천598명이 허가를 받았고, 238명이 심사 중이다. 58명은 자격요건 미비 등을 이유로 거부됐다.
국내에 미등록 이주 아동을 1만~2만명으로 추정하는 이주민 단체는 신청자가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외국인등록번호 없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지난 2021년 기준 교육부 추산 3천명이 넘는데, 미취학아동이나 학교 밖 아동, 이미 성인이 된 이들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2~3배는 넘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제 신청이 저조했던 가장 큰 이유로는 1인당 최대 900만원에 달하는 ‘범칙금’이 꼽힌다. 법무부는 미등록 아동의 체류 범칙금은 면제했지만, 부모에게는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체류한 기간에 비례해 범칙금을 부과했다. 임시체류자격 신청을 하려면 부모 한 명당 최대 900만원, 부부라면 1천800만원을 한 번에 내야하는 조건은 이주민들이 신청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은수연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실장은 “원칙적으로 미등록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임에도 벌금이라는 명목으로 분할 납부도 없이 한 달 이내에 전액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이주아동들이 범칙금 마련을 위해 스스로 돈을 모으는 경우도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오랜 기간 미등록 상태로 살아와 불안감에 신청을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미샤는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하고, 워낙 오랜 기간 그렇게(미등록으로) 살아서 비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도 믿지 않거나 무서워하기도 한다”면서 “필리핀 국적의 친구는 아이가 내년에 학교에 들어가 아직 신청하지 못했다. 이번에 제도가 끝나면 결국 체류자격을 얻을 기회가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비록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 같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법무부의 구제대책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체류자격을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였다. 하지만 구제대책은 이달 말 종료되며 연장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동 교육권 보장의 인권적 측면과 불법체류 양산 방지라는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논의 중”이라며 “교육부 등 관계기관과의 의견 수렴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 3월 중으로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시적 체류허가제도?
지난 2021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시행되는 국내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 조건부 구제대책. 아동에게 임시체류자격(D-4)을 부여하며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도 국내 체류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