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서구 심곡동의 한 빌라에 홀로 있다가 발생한 화재로 의식불명에 빠진 초등학생이 사고 닷새만에 끝내 숨졌다.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43분께 아버지는 신장투석을 위해 병원에,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던 사이 참변이 발생했다. 개학을 코앞에 두고 집에 혼자 있던 A(12)양은 얼굴에 2도 화상을 입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난 2020년 9월 용현동 형제 화재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4년여 만에 사회안전망의 빈틈이 또다시 확인됐다.
A양 아버지는 지난 2023년 11월 신부전증 말기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 혼자 생계를 책임지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A양의 집 우편함은 각종 체납 고지서로 가득 찼다. 전기요금 미납으로 2024년 12월 17일부터 공급이 제한된다는 안내문도 있었다. 집 현관문에는 지난해 9~11월분 도시가스요금 체납 고지서가 붙었다. 12월 11일 이후 가스가 끊긴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화재 현장에서는 라면 끓여 먹은 흔적이 있는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발견됐고, 부엌 등에는 빈 컵라면 용기가 쌓여 있었다.
A양은 지난해 5차례나 보건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따른 위기 아동 관리 대상이었다. 복지부는 전기·가스비 체납 현황 등을 토대로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명단을 전달했다. 행정복지센터는 지침에 따라 A양 부모와 상담을 진행했다. 어머니가 식당 일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일정한 소득은 없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이나 차상위계층이 아니라서 이렇다 할 도움을 받지 못했다. 위기 경보가 여러 번 울렸지만 벽은 높았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소득에 변동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안내했을 뿐이다. 부모 모두 A양을 돌보기 힘든 상황에 내몰렸지만 국가의 지원 손길을 없었다.
참변이 발생한 후 서구청은 3개월간 월 154만원의 긴급생계비 등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교육청도 A양의 치료비 지원 등을 논의했지만, 아이의 죽음 앞에 허망한 일이 됐다. 위기가 감지됐지만 즉각적인 복지 연계 서비스가 작동하지 않았다. 용현동 형제 화재사건 당시에도 정부·유관기관·정치권까지 나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지켜야 할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허술했다.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민, 특히 아동의 위기가 의심되면 즉시 현장을 찾아 확인하고 예방했어야 마땅했다. 정부는 사회안전망의 빈틈을 더 촘촘하게 메울 수 있도록 서둘러 재설계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