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다례원에서 열린 ‘지방 4대 협의체장 간담회’에서 김현기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 조재구 대한민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장,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안성민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난달 26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다례원에서 열린 ‘지방 4대 협의체장 간담회’에서 김현기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 조재구 대한민국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장,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안성민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분권형 헌법 개정안’을 마련해 4일 공표했다. ‘양원제’ ‘중대선거구제’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등 권력 분산 방안을 뼈대로 했다. 이 개헌안의 가장 큰 특징은 지방분권 강화에 있다. 헌법에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자주재정권’ 등 지방정부의 실질적 자치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야 정치권에서 개헌론이 우후죽순으로 나왔지만 개헌안이 성안된 건 이번 시도지사협의회 안건이 처음이다. 개헌 논의를 위한 기초 토대가 구축된 셈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지만 국회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지 못해 무산된 적이 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개헌은 헌법파괴와 국정농단에 맞서 나라다운 나라를 외쳤던 촛불광장의 민심을 헌법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지방분권 강화는 국민의 강력한 요구”라고 했다. 지방분권 강화를 포함한 문재인 정부 개헌안이 국회에서 지지부진해 국민투표에 부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폐기된 건 아쉬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 개헌 발의 후 7년 만에 다시 개헌 논의의 장이 열렸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정치의 병폐를 해소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으로 분권은 충분히 논의해볼 가치가 있다. 지방자치 30년에도 중앙정부에 눌려 온전한 자치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도 퍼져 있다. 지방자치단체 권한이 미미해 ‘2할 자치’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국 16개 시도에서 나오던 얘기다.

물론 시도지사협의회가 낸 개헌안이 만능은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감사원 피감기관으로 두자는 의견은 고른 동의를 얻기 힘들고, 대통령 불소추 범위를 명시하자는 건 ‘조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공학적 시도’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또 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개헌안 마련을 주도한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권 도전을 위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개헌론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논란과 우려를 불식시킬 때만 ‘개헌 블랙홀’에 빠지지 않는 생산적 논의가 가능한데, 난관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적 동의이다.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 않거나 알지 못하는 개헌론은 의미가 없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