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중이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쫓아낸 외교참사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트럼프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는 3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전면 중단을 지시했다. 미국에 휴전 중재 대가로 광물을 주는 대신 최소한의 안전보장을 요구한 젤렌스키의 요구는 당연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와 싸워보라며, 우방이었던 우크라이나를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백악관 외교참사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경제분야에서 안보분야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러시아를 침략국으로 규정한 서방세계의 합의에서 트럼프는 완전히 이탈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침략을 인정하지 않고 종전의 협상 당사국으로 존중한다. 젤렌스키가 이에 항의하자 가차 없이 우크라이나에 등을 돌렸다.
미국에 모욕당하고 버려진 우크라이나는 한·미동맹의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 동맹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견해가 엇갈리고 그 결과 우리가 파국적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에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가 성과를 내고 미국민이 호응하면 미국 우선주의는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미국 외교의 기조로 정착할 수 있다.
전통적인 동맹과 우방에 대한 트럼프의 안면몰수식 외교는 대한민국 안보에도 치명적이다. 한·미동맹은 1953년 정전 이후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대북억지력이었다. 북한은 한·미동맹이 트럼프 시대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시험해 보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또한 미국과의 협상 카드로 의도적인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이 과거처럼 막대한 전략자산 전개로 한·미동맹을 유지할지 여부는 북한의 전략적 검증 대상일 것이다.
한·미동맹을 시험할 도발을 감행한다면 규모와 방식은 전적으로 북한의 결정에 달려있다. 국지전부터 무인기 영공 침범, 사이버테러 등 우리가 당한 사례가 무궁무진하고 미국, 트럼프의 대응에 따라 조절할 수위는 예측가능하지 않다. 최악의 경우는 연평도 해전과 포격전과 같은 국지전이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에 ‘설마’는 가당치 않다. 지금 트럼프가 주도하는 미국 우선주의로 국제사회의 전통적인 피아관계가 역전되는 혼란의 시기다. 자국 이익에 눈 먼 미국과 대미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북한 사이의 외교적 부정교합의 여파가 휴전선과 서해 NLL에서 터질 수 있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