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타지 못하는’ 인천 해상풍력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바늘귀’
사업구역별 관할 부처·기준 달라
해수부·국방부 등 모두 협의 선행
이해관계자의 범위 불명확도 문제

인천 앞바다에서 추진되는 해상풍력 사업이 바람을 타지 못하고 있다. 사업 인허가 절차가 10여 개 기관에서 제각각으로 이뤄지는 데다, 명확한 인허가 규정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전환을 견인할 해상풍력 발전이 순풍을 타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기준 인천에서 발전사업 허가를 얻은 민간 사업자는 오스테드코리아(1천400㎿)와 굴업풍력개발(256㎿), 한국남동발전(640㎿) 등 3개사다. 이들은 발전사업 허가 획득 이후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한 입지·개발 관련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발전시설을 설치하기 전 공유수면법에 근거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선 터빈(풍력발전기)을 비롯해 바다에서 육지까지 전기를 보내는 송전선로 등을 설치해야 한다. 지반 조사와 시설물 설치 공사 등을 진행할 때 바다 일부 구간을 점용해야 하므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사업 구역별로 관할 부처와 기준이 다르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민간 사업자 중 가장 큰 규모의 발전 용량을 계획하고 있는 오스테드의 경우 해상 점·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 기관만 해양수산부(인천해수청), 중구, 옹진군 등 3곳 이상이다. 한국남동발전 역시 사업 위치별로 중구와 옹진군 등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풍황계측기 설치, 지반 조사, 풍력발전기 설치 등 사업 단계마다 3번 이상 이들 기관으로부터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점·사용 허가는 개별법에 따른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해수부(해역이용협의·해상교통안전진단), 환경부(환경영향평가), 국방부(군 작전성 검토), 행정안전부(재해영향평가), 문화재청(문화재지표조사) 등으로부터 모두 허가(협의)를 받아야 한다. 이들 중 하나의 행정기관이라도 부동의 의견을 제시한다면, 사업은 진전되기 어렵다. 부처·기관마다 허가 조건·기준이 제각각이라 서류 등을 준비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반 조사 등을 진행할 배가 인천에 도착해 준비를 마쳐도 점·사용 허가가 나지 않으면 회항할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들은 시간이 돈이다. 인허가에 막혀 사업이 지연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개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를 돌아다니면서 인허가를 일일이 받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라도 수용이 안 되면 사업이 몇 년 지연될 수도 있다”며 “사업자들에게 인허가 과정은 운명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했다.
점·사용 허가 기준이 명확지 않은 것도 문제다. 공유수면법에 따르면 사업자는 공유수면 허가를 신청할 때 어업인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하지만 이해관계자 범위와 입증·협의 방식에 대한 일관된 기준은 없다. 인천 앞바다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대상으로 전라남도 신안군·영광군까지 가서 어업 종사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해당 어업인이 인천 해역으로 올라와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범위가 법에 명확히 정해져 있진 않아 수협 의견을 들어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해상풍력 인허가 문제를 사업자에게만 맡기지 말고, 협의 과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효과적 에너지 전환을 위한 활동을 벌이는 기후솔루션 양예빈 연구원은 “사업자가 알아서 풀도록 내버려두면 풀리지 않는 문제로 계속해서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 부처 간 협의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