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판 사이 공간 바퀴 걸쳐 통과
“기사들 계근대 있는 곳 가지않아”
대형사고·도로파손 위험성 키워
“인력 부족해 지속적 감시 어려워”
“경비 문제” 과적 부추기는 현실
덤프트럭과 트레일러가 쉴 새 없이 지나가는 고속도로 톨게이트(TG)의 과적 측정 차로. 저울 위로 차량이 진입했지만 자세히 보니 쇠로 된 저울판 사이에 15㎝가량 틈이 벌어져 있었다. 일부 화물차들은 이 틈으로 오른쪽 바퀴를 밀어 넣은 채 빠르게 단속 구간을 통과했다.
경기도 내 TG 과적 측정 차로에서 무게를 초과한 채 달리는 차량들이 꼼수를 사용해 단속을 피하는 등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5일 서시흥TG 평택방면에서는 몇몇 대형 트럭들이 정상적으로 저울을 밟지 않고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외에도 동수원TG, 군자TG, 연성TG 등의 일부 구간은 저울 바닥의 틈을 이용, 한쪽 바퀴를 살짝 벗어나게 운전하는 것만으로 무게 측정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런 TG들은 대형 화물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꼼수 구간’으로 통한다. 화물차 운전자 김모(60대)씨는 “서시흥TG에는 사료를 싣고 달리는 과적 차량들이 자주 다니는데 이 구간만큼은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군자TG에는 그나마 계근대가 있어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기사들이 군자로는 가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10t 화물차가 지나가도 실제로는 5t만 저울에 올라가고 나머지 5t은 바닥을 그대로 통과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차 과적은 제동거리 증가와 조향 어려움으로 대형 사고 위험을 높인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급정거나 차선 변경 시 전복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적 차량이 많아질수록 도로에 가해지는 하중도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포트홀이 생기고 타이어 파손과 차량 전복 등 사고 위험을 키운다.
현재 서시흥TG 등에서는 직원 10명이 주기적으로 과적 차량 단속을 진행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단속 빈도를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서시흥TG 현장 관계자는 “일부 과적 차량이 단속을 피해 다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단속 인력이 부족해 지속적인 감시가 어렵다”고 말했다.
과적 단속이 이어지고 있지만 위반 행위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7월) 전국에서 적발된 과적 차량은 총 19만1천766건으로, 매년 4만 건 이상 과적이 발생했다. 이중 허용 중량(40t)의 6배를 초과하는 사례도 적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려우며 과적을 부추기는 현실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15㎝는 큰 유격이라 과적 단속이 유명무실한 상황이 됐다”고 짚으며 “상당수의 기사는 차주가 따로 있다. 운영 경비 문제로 과적을 요구받는 사례가 있기에 과적 책임을 공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