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 사장 사직 배경에 ‘수군수군’
오후석 부지사 명퇴 신청도 의문
‘도정 소홀’ 비판 피하지 못할 듯

조기 대선 가능성 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외연을 넓혀가는 와중에 정작 ‘집안’인 도정(道政)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 지사의 핵심 정책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 경기북부 대개발을 총괄해온 오후석 행정2부지사가 명예퇴직을 신청하는가 하면, 도시·주택사업을 이끌어온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도 임기를 10개월 앞당겨 사직해 도 안팎이 크게 술렁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회와의 협치도 요원한 상황이어서, 도 내부에서는 도정 운영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세용 사장은 5일 GH 대강당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조기 사임 결정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지난 2022년 10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올해 말까지다. 10개월을 앞당겨 조기 퇴진하는 것이라, GH는 물론 경기도 안팎에서 배경에 의문이 일었다.
이날 퇴임식에서의 김 사장 발언은 이런 의구심에 더욱 불을 지폈다. 김 사장은 “800일 정도 근무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직원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한 것 같아 기쁘다”면서도 “GH 주주는 도청이나 도 공무원이 아닌 도민이다. 경기도의 행동대원처럼 행동하는 게 아니라 독립성을 갖고 전문성과 자율성을 꾸준히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칙을 강조한 발언이지만, 경기도와의 갈등이 조기 퇴임으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는 만큼 ‘언중유골’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돌연 GH 사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지분적립형 주택 등 GH가 주도해온 정책들이 차질을 빚는 건 아닐지 걱정이 일고 있다. 당장 지분적립형 주택 조성이 추진되는 광교A17블록 공공주택사업은 도의회 동의 절차도 마치지 못했다.
김 사장 조기 퇴임과 맞물려, 정년을 2년 남긴 오 부지사가 명예퇴직을 신청한 점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오 부지사는 그간 김 지사 최대 역점 사업 중 하나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이끌어왔다. 명퇴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지난 4일에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도민 공론장 행사와 범도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연달아 참석해 도의 의지를 강조했다.
조기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행정구역 개편 주장도 곳곳에서 거세질 가능성이 크지만, 중심을 잡고 추진해온 오 부지사가 퇴직하면 그 자체로 동력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이 같은 균열 조짐이 대권 행보로 도정을 소홀히 한다는 도의회 야당의 비판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도시철도 요금 조정을 비롯한 각종 현안 처리는 물론, 김 지사가 공언한 ‘조기 추경(추가경정예산)’을 단행하려면 도의회와의 협치가 필수적이지만 난항이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 관련기사 3면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