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훈련 중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한 오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마을 일대 건물이 파손돼 있다. 2025.3.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가 발생한 오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마을 일대 건물이 파손돼 있다. 2025.3.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간지역에 6일 공중에서 폭탄이 떨어졌다. 이날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승진사격장)에서 실시된 한미연합훈련에 참여한 우리 공군 KF-16 2대가 장착한 MK-82 폭탄 8발을 사격장 인근 민간지역에 투하한 것이다. 유례없는 민간지역 공대지 오폭 사건으로 15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주택, 차량 등이 파손됐다. 살상반경이 축구장 1개 면적이라는 MK-82 폭탄의 위력을 감안하면, 최악의 인명 피해를 면한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사고가 발생한 포천시는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최대 사격장을 둘러싼 민·군 갈등이 심각했던 지역이다. 미군 훈련장인 영평사격장에서 2014년 이후 연속적으로 발생한 민간지역 유탄·도비탄 사고에 격분한 시민들이 2016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10년 가까이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와 집회를 벌였다. 그 결과 2018년 범정부 ‘영평사격장 갈등관리협의회’를 발족하고 지난해 10월 영평 상생 복합문화체육타운 협약을 맺고서야 겨우 상생의 틀을 만들었다. 6년간 제약을 받았던 영평사격장 미군 훈련도 정상화됐다.

민·군이 6년에 걸쳐 마련한 민·군 상생모델이 이번 사고로 허사가 될까 우려된다. 차원이 다른 사고의 양상 때문이다. 군은 투하된 폭탄 8발이 모두 폭발했다고 밝혔다. 노곡리 도로에 떨어진 폭탄 1발의 피해반경이 엄청나다. 인근엔 마트도 있었다. 피해가 이 정도에 그친 건 요행일 뿐이다. 전투기 오폭 사고는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발생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빈번했던 유탄·도비탄 사고에도 신경이 곤두섰던 포천시민들은 이번 사고를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공동체 생사의 문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신속한 진상조사와 항구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이유다. 공군은 오폭의 이유가 조종사의 폭탄 투하지점 좌표입력 실수라고 밝혔다. 2명의 조종사가 동시에 좌표입력 실수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진상조사는 신속해야 하지만 정확해야 한다.

포천의 군사격장을 옮기긴 힘들다. 수용할 지자체가 없다. 그렇다고 정전국가의 군종합사격훈련장 폐쇄는 안된다. 포천시민들이 이런 현실을 인내한 세월이 70년이다. 정부의 보상은 겨우 지난해 영평사격장에 적용할 상생협약이 전부였다. 승진사격장까지 포함한 국가적 보상과 안전대책 수립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민·관·군 갈등관리협의회의 새로운 과제로 설정하면 될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