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행정처분 그쳐 위반건수 급증
현행범 체포 ‘한계’ 국회 등과 협의
위험성 판단 ‘통합’ 조치 객관화

가정폭력 신고로 분리조치된 가해자가 이를 위반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치닫는 일이 반복(2월11일자 7면 보도 등)되자 경찰이 이 같은 참극을 막기 위해 위반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입법과제로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가정폭력 범죄 가해자가 퇴거 등 격리나 접근금지 등의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할 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가정폭력처벌법을 개정하는 내용을 입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애초 과태료 수준으로 처벌 수위가 낮아 가해자가 접근금지 조치를 어기고 피해자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이어지자 실효적 예방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경찰관 결정이 아닌 검찰이 청구해 법원 판단으로 분리조치가 이뤄지는 ‘임시조치’의 처벌 조항이 지난 2021년 강화(징역 1년 이하 등)됐으나, 긴급임시조치 처벌은 행정처분에 그쳐 제재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고려됐다. 두 제재 수단의 균형을 맞춰 법적 빈틈을 메우자는 취지다.
실제 233건(2022년)이던 긴급임시조치 위반 건수는 403건(2024년)으로 2년 새 2배 가까이 큰 폭 증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가정폭력처벌법이 법무부 소관 법률이어서 법무부와 국회에 입법과제로 둔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보내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기존 (긴급임시조치 위반이) 형사처벌이 아니라 행정처분이라 현행범 체포 등에 한계가 있었는데 법안이 개정된다면 재범 위험을 낮추고 가해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우선 현재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인 가정폭력처벌법 일부 개정안(국민의힘 이만희 의원 등 발의)이 통과되도록 의견을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가정폭력 신고 관련 현장 초동조치도 강화된다. 경찰은 이르면 이달 말부터 가정폭력과 스토킹 범죄 신고 시 지역경찰관들이 작성하는 위험성 판단조사표를 통합해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두 범죄의 재범 위험을 판단할 때 각기 다른 조사표를 사용해 초동조치에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가 컸다. 아울러 ‘파편, 집기류의 심각한 파손 등을 볼 때 가정폭력 범죄가 의심되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 등 출동 경찰관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작성 항목도 객관·간소화하기로 했다.
경인일보는 앞서 여러 차례 보도로 가정폭력 가해·피해자 분리조치 미흡과 함께 현장 경찰관 취재를 통해 초동조치의 한계를 지적했다. 경찰청은 두 범죄 위험성 판단 도구 일원화로 피해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경찰관들의 신속·정확한 초동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