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 개헌론 띄우며 존재감 드러내

‘개헌 선두주자’ 김동연, 계엄 대못 개헌 역설

시도지사협의회장 유정복, 지방분권 개헌 강조

이재명 견제 공통 목적…개헌안 두고 신경전도

조기 대선 국면으로의 전환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개헌 언급엔 다소 소극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야 주자들이 제기하는 개헌 내용들이 각기 다르다. 이에 신경전으로까지 번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발표한 개헌안에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포함한 민주당 단체장들이 일제히 반발한 사례다.

김동연·유정복의 개헌안 비교
김동연·유정복의 개헌안 비교

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국회 대토론회’를 열었다. 협의회장인 유 시장은 그에 앞서 지난 4일엔 국회에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회를 양원제(상원·하원)로 구성해 상원은 광역 지방정부 대표로 채우고, 하원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의원을 선출하는 내용이다. 또한 정·부통령제, 자치입법권 명문화, 지방정부에 지방세 신설권 부여 등의 내용도 있다. 이 외에도 헌법 제84조 대통령 형사상 불소추 특권 범위 명확화, 중앙선관위의 행정부 내 편입, 개정 헌법 시행일로부터 100일 이내 대선 실시 등의 내용이 눈에 띈다.

28일 유튜브에 게시한 ‘대바시 두번째-기득권 공화국을 기회 공화국으로’ 영상.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튜브 캡처
28일 유튜브에 게시한 ‘대바시 두번째-기득권 공화국을 기회 공화국으로’ 영상.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튜브 캡처

시도지사협의회에 속한 민주당 시·도지사 5명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 중에서도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꾸준히 본인의 개헌론을 밀어왔던 김동연 도지사 측도 유 시장의 개헌안에 선을 분명히 그었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시도지사협의회장이 개헌과 같이 중차대한 문제를 시·도지사들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지방으로의 수도 이전 등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실현하려 한다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같은 선상에 놓인 부분도 있지만, 김 지사가 강조하는 ‘김동연표’ 개헌안엔 경제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한 방안과 12·3 비상계엄령 사태 방지를 위한 ‘계엄 대못 개헌’ 등이 포함돼있다.

우선 경제 불평등을 바로 잡자는 취지인 ‘경제 개헌’ 안으로 김 지사는 토지공개념 도입,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 경제사회적 권리 보장을 위한 노동·교육·건강·환경·복지·주거권 명문화 등을 제시했다. ‘계엄 대못 개헌’은 헌법 77조에 담긴 계엄 요건을 강화하고, 48시간 내 국회 동의를 받도록 명문화 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26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다례원에서 열린 ‘지방 4대 협의체장 간담회’에서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6일 오전 인천 송도국제도시 다례원에서 열린 ‘지방 4대 협의체장 간담회’에서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2.26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다음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3년으로 2년 단축하고 ‘분권형 4년 중임제’로 대통령제를 개편하자는 점도 김 지사 개헌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 단축 등에 대한 주장은 여권에선 최근 정치 활동을 재개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야권에선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김두관 전 의원 등이 비슷하게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 잠룡들이 시기와 방법, 내용 등을 조금씩 달리하며 개헌에 한 마디씩을 보태고 있는 만큼, 조기 대선 시계가 빨라질수록 개헌 논의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각 주자들의 개헌안을 살펴보면 겹치는 게 있기도 하고 다른 부분이 있기도 하다. 각자가 주장하는 개헌안을 갖고 토론을 하는 게 필요하다. 결국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