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키링 등 빈번한 캐릭터 무단 도용
테무·알리 버젓이… 신고해도 수일 내 재판매
매출 손실 7조… 민관, 소송 지원·간담회 나서

수원의 한 액세서리 업체 대표 A씨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자신의 업체에서 만든 캐릭터 키링과 똑같이 생긴 상품을 중국 이커머스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중국 이커머스인 ‘테무’에서 직접 찾아보니 정말 똑같이 생긴 캐릭터 상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심지어 가격은 더 저렴했다. A씨는 해당 키링을 국내 온라인 마켓에서 5천원 대에 판매하고 있었지만, 테무에선 1천원 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A씨는 “테무에 저작권 위반으로 신고해도 며칠 후면 다른 제품명으로 또 올라온다”며 “스마트스토어나 유명 핸드메이드 온라인 판매몰에서 인기상품으로 순위권 안에 드는 제품은 전부 중국 이커머스에서 베껴간다고 보면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성남의 한 캐릭터 디자이너 B씨 역시 비슷한 피해를 경험했다. 자신이 직접 그린 캐릭터가 중국에서 만든 모바일 게임 속에 그대로 등장한 것이다. 해당 게임 애플리케이션이 입점한 구글 스토어에서 게임 개발사의 이메일 주소를 찾아 항의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언어와 국적이 다르다 보니 소통도 원활치 않고, 법적 대응도 어려워 B씨는 대응을 포기했다.

중국 이커머스에서 경기도 내 캐릭터 상품 업체들의 지식재산권 침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는 여전히 미비하다. 7일 도내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 ‘테무’, ‘타오바오’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접근성이 높아지며 국내 캐릭터 상품을 모방한 유사상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주문량이 많은 인기상품의 경우 빠르면 수일 만에 중국 이커머스에 가품이 올라와 국내 업체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캐릭터디자이너협회 관계자는 “지식재산권이 침해당하는 업체들 대부분은 영세한 1인 혹은 중소기업이다 보니 개별 대응이 어렵다”며 “협회 차원에서도 소송비 절감을 위해 피해를 입은 업체 여러 건을 묶어 집단 소송 등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 단체는 물론 관에서도 대응에 나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국 등 해외 주재 센터에서 기존 진흥사업 외에도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협업해 국내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현황 조사 업무 등을 실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사안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특허청과 함께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27일 김완기 특허청장을 만나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2023년 OECD 기준 한국 제품의 해외 위조상품 규모는 11조원, 매출 손실은 7조원에 달한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해외 위조 상품 시장의 규모가 크다 보니 무력하게 손 놓고 있는 상황이 많다”며 “오는 4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특허청장과의 정책 간담회를 추진하고, 정책 과제를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