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홈플러스 영통점 매장의 모습. 2025.3.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9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홈플러스 영통점 매장의 모습. 2025.3.9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난 4일 국내 3대 마트 중 하나인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단기 자금 조달 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며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 홈플러스 측의 바람대로 서울회생법원은 7일 절차 개시를 승인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석 달 치의 물품 및 용역대금을 우선적으로 변제할 수 있게 됐다. 임의변제가 통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법원은 협력업체 보호와 마트의 정상적인 영업을 고려해 이를 허용했다. 홈플러스는 가용자금이 6천억원에 달해 지급 여력은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에 납품하고 있는 생산자, 특히 중소기업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일부 대기업들은 납품을 중단하면서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대형마트 매출 비율이 큰 인천과 경기지역 중소기업들은 상황의 추이를 살피며 애만 태우고 있다. 임대차 계약을 맺고 영업 중인 입점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폐업 조치라도 취해지면 고스란히 떠안게 될 손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어렵다.

일반 소비자들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치솟는 물가에 그나마 대형 마트가 이런저런 세일 행사를 하면서 숨통을 틔게 해줬던 터다. 이제 그런 위안마저 단념해야 할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배달과 상품권 사용 등의 편의성 또한 누릴 수 없게 된다. 이미 상당수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사들이 정산 지연 등의 피해를 우려해 상품권을 받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 비율과 직전 12개월 매출은 각각 462%와 7조46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대비 부채비율은 1천506% 개선되고, 매출은 2.8% 늘어난 수치다. 그럼에도 신용평가사들은 이익 창출력의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 등을 이유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가 지난 2015년 7조2천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회사 명의로 5조원의 빚을 진 뒤 계속해서 노른자위 점포를 매각하며 기업 가치를 떨어뜨려 왔던 게 현 사태를 불러왔다는 노조 측의 주장을 무시하기 어렵다. 대주주 책임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배경이다. 이윤 창출도 중요하지만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랑을 얻고 있는 기업이 지켜야 할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