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서 버스 멈추려다 기사 깔려

고임목 크기·경사비율 등 불명확

차고지 설치 인가대상 포함 안돼

차고지 경사로에 고임목을 설치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막지 못하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관련된 규정을 세분화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부천원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3시31분께 부천 상동의 한 사설 차고지에서 60대 운전기사 A씨가 버스에 깔리는 사고가 났다. 이날 사고는 A씨가 전기버스를 충전하기 위해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그지 않고 내린 상황에서 발생했다. A씨는 버스가 경사면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자, 이를 멈추려고 시도하던 중 넘어지면서 버스 아래에 깔린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곳에 버스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별도의 고임목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해 11월 양주시의 한 사설 차고지에서도 고임목 없는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려던 운전기사가 버스에 깔려 숨지기도 했다.

현행 주차장법은 경사진 곳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경우 고정형 고임목을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만약 고임목으로 인해 차량 진출입이 어려운 경우에는 이동형 고임목 등을 비치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가 난 부천의 사설 차고지에는 양쪽 가장자리에만 고정형 고임목이 설치돼 있을 뿐, 정작 전기버스 충전소 앞 주차면에는 별도의 고임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해당 차고지는 지난해 5월 전기버스 충전소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대각선 방향의 주차라인을 일자형으로 변경하면서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예전대로 대각선 주차면이었다면 차량이 경사로를 따라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관할 지자체가 이런 세세한 설치사항까지 인가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보니 안전관리가 느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해당 버스회사가 차량 보유 대수에 맞는 주차장 면적을 확보한 게 맞는지를 확인해 사설 차고지의 인가를 낼 뿐, 가설건축물(전기충전소) 설치나 고임목 유무, 주차구획 등을 별도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사로와 고임목의 법적 개념이 불분명한 게 반복되는 차고지 내 사망사고를 막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고임목을 설치해야 하는 경사비율이나 고임목의 크기나 형태 등을 법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단속 등을 벌여 시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