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사정 궁한 청년층, 인센티브 기회 활용 식당 등 생활비 절약

‘주부들 필수템’ 아이들 학원비·가계 부담 줄여… 용돈관리 최적화

고령층에 ‘효자 노릇’ 다른 세대比 낮지만 입소문 타고 사용률 상승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정해진 행정구역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화폐는 누군가에겐 쏠쏠한 ‘잇템(꼭 있어야 하거나 갖고 싶은 아이템)’이지만 누군가의 지갑에선 긴 잠을 자고 있다. 세대·거주 지역·직업도 제각각인 경기도민들에게 지역화폐를 왜 쓰는지, 혹은 왜 안 쓰는지 그 이유를 들어봤다.

■ 2030 청년층

“미용실, 배달, 카페 다양한 곳에 쓸 수 있죠. 인센티브에 소득공제까지 든든해요.”

주머니 사정이 늘 궁한 취업준비생에게도, 여기저기 돈 나갈 구멍이 많은 새내기 직장인들에게도 지역화폐는 생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20대 직장인 유태관씨는 지난 1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수원페이’ 구매에 성공했다. 수원시가 명절 소비진작을 위해 20%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자 유 씨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유씨가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러한 충전 혜택과 더불어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는 “주로 음식점 등에서 사용하는데 지금과 같은 인센티브 비율이 지속된다면 계속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20대 구리시민 박송희씨가 지역화폐를 사용하는 것도 인센티브가 큰 이유를 차지한다. 평소에도 지역 음식점, 카페, 미용실 등에서 소소하게 이용해 왔는데 지난 1월엔 구리시가 명절을 앞두고 인센티브율을 10%로 올렸다는 소식을 듣자 ‘일단 사두면 이득’이라는 생각에 최대치로 충전했다. 박씨는 “이전에 인센티브율이 6%일 때도 종종 이용하곤 했다. 인센티브를 10% 받은 이후엔 지역화폐를 더 부지런히 썼다”고 설명했다.

남편을 따라 연천으로 이사한 30대 채하은씨에게도 연천사랑상품권은 살림에 쏠쏠한 보탬이 된다. 군에서 주는 정착지원금을 쓰기 위해 지역화폐를 처음 만들었는데, 이젠 지갑에 항상 넣고 다니며 꼬박꼬박 충전한다. 요샌 각종 생활 필수품을 온라인 새벽 배송을 통해 구매한다지만 연천에선 이런 시스템이 아직까진 먼 얘기라 주로 동네 마트를 이용한다. 이 때 지역화폐가 유용하다는 게 채씨 설명이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배달 앱 ‘배달특급’도 자주 이용하는 항목이다. 채씨는 “좋아하는 곱창집 배달 주문이 배달특급에서만 가능해서,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지역화폐를 충전해 시켜 먹는다”고 밝혔다.

■ 4050 중년층

“아이 간식비, 가족들 먹거리, 학원비까지 쓸 곳은 정말 많아요.”

지역화폐를 ‘최애’로 이용하는 세대는 단연코 40·50대다. 이는 지역화폐를 주로 결제하는 업종 중 ‘학원’이 1~2위를 다투는 점과 무관치 않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학원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지는데, 이 때 인센티브를 주는 지역화폐가 그나마 힘이 된다는 게 40·50대들 설명이다.

지역을 막론하고 각종 맘카페 등에선 “지역화폐는 학원비 결제 전용으로 쓴다” “인센티브를 주니까 지역화폐 결제되는 학원에선 무조건 지역화폐를 쓴다”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가정 살림을 책임지는 주부들에겐 페이백이나 할인율 제공 등 지역화폐의 다양한 혜택들을 놓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7일 수원시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모습. 2025.3.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7일 수원시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모습. 2025.3.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용인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50대 주부 김경민씨도 예외는 아니다. 학원, 마트 등 쓸 곳이 적지 않다.

아이들 용돈을 줄 때도 유용하다. 아이들에게 미리 충전한 ‘용인와이페이’ 카드를 쥐어주는데, 이 카드로 김씨 아이들은 간식을 사먹기도 하고 문구 등을 구매하기도 한다.

김씨는 “아이들이 충전한 금액 한도 내에서만 소비할 수 있게 해 좋다”고 했다. 김씨 가족의 주말 외식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지역화폐다. 김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늘어나는 식성에 외식 비용 부담이 커지는데, 10% 인센티브가 보탬이 된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씨와 같은 주부뿐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지역화폐는 똑똑한 소비를 가능케 하는 ‘효자템’이다.

과천시민 50대 이재만씨는 거주지인 과천의 지역화폐 ‘과천토리’와 직장 소재지 안양의 지역화폐 ‘안양사랑페이’ 두 개를 갖고 다닌다.

집 근처에선 병원, 약국 등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고 직장 근처에선 음식점 등에서 쓴다. 이리저리 돈 나갈 곳이 많은 직장인으로선 이만한 효자가 없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 60대 이상 고령층

“어디 다른 지역으로 멀리 안 나가는 우리들에겐 지역화폐만한 효자가 없지.”

고령층의 지역화폐 사용 비중은 다른 세대보다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러나 입소문을 타고 써본 지역화폐는 그야말로 ‘신세계’란다.

포천에 사는 60대 이우석씨는 쏠쏠하게 들어오는 10%의 인센티브로 재미를 보고 있다. 포천사랑상품권은 이씨의 생활 반경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동네 조그만 마트부터 음식점 등 일상 전반에서 사용하고 있다. 매달 20만~30만원씩 충전해도 금방 사용하고 만다. 이씨는 동년배들이 지역화폐의 매력을 알게 되면 사용률도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한다.

7일 수원시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모습. 2025.3.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7일 수원시 경기지역화폐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모습. 2025.3.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안산에 사는 60대 김모씨도 인근에 사는 큰딸에게 추천을 받아 안산 지역화폐 다온을 사용하게 됐다. 남편의 직장 은퇴 이후 수입이 사라지고, 각종 지출도 자연스레 줄어든 와중에 지역화폐만큼 효자 노릇하는 것도 없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최근 다온의 인센티브가 4%에서 연중 10%로 상향되자, 김씨는 충전액을 늘렸다. 매달 자녀들이 보내주는 용돈도 지역화폐 충전 계좌로 보내달라고 말한다.

미용실, 약국 등 자주 가는 곳들에서 지역화폐를 부담 없이 쓸 수 있으니 안산 생활권 밖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김씨에게 지역화폐는 지갑 속 카드 수를 줄여주면서 인센티브까지 얻을 수 있는 소중한 동반자다.

‘손자 바보’이기도 한 김씨는 “지역화폐로 생활비를 아껴 손자들이 놀러올 때마다 더 비싸고 맛있는 걸 사줄 수 있어 기쁘다”고 웃었다. → 그래프·표 참조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강기정·이영지·김태강 기자(이상 정치부), 김지원 기자(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