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방지 안전고리 지지점 부재 원인

하루 최소 6.5대 검사… ‘고강도 노동’

10일 오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서다윗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장이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의 한 조합원이 보낸 입장문을 낭독하는 모습. 사측의 안전관리비 사용의 불투명과 A씨 사고 사고 관련 책임 회피 문제를 지적했다. 2025.3.1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0일 오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서다윗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장이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의 한 조합원이 보낸 입장문을 낭독하는 모습. 사측의 안전관리비 사용의 불투명과 A씨 사고 사고 관련 책임 회피 문제를 지적했다. 2025.3.1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수원에서 승강기 검사를 하던 20대 남성 A씨가 추락사한 중대재해(2월18일자 7면 보도)와 관련,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위험한 작업 환경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안전고리를 걸 지지점조차 없는 승강기 내부에서 작업이 이뤄졌으며, 사고 이후 사측이 ‘안전모 미착용’을 이유로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수원 ‘승강기 검사자 추락사’… 2인1조룰, 안지켰나 못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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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전 A씨는 동료와 2인 1조로 해당 아파트의 검사를 마쳤으나, 이후 오후 1시30분께 혼자 다시 이곳으로 돌아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CCTV에는 A씨가 승강기 내부에서 홀로 추가 작업을 하는 모습이 담
https://www.kyeongin.com/article/1729654

10일 금속노조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의 사망이 개인 과실이 아니라 열악한 노동 환경과 과도한 업무 강요에서 비롯됐다고 규탄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A씨는 지난달 14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 검사를 하던 중 25층 높이에서 지하 1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사고 당시 A씨는 혼자였으며, 안전고리를 체결해 추락을 막을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 안전수칙에 따르면 높이 2m 이상에서 작업할 경우 추락방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 승강기 내부에는 이런 안전고리를 걸 지지점이 없어 현장 작업자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추락을 방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 승강기 검사 노동자는 “아파트들의 승강기 안에는 안전벨트를 걸어 고정할 구조물이 없어 작업자는 맨몸으로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추락 위험이 있지만 작업 환경은 대개 비슷비슷하다”고 토로했다. A씨 역시 추락을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높은 곳에서 작업해야 하는 환경에 놓였던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중대재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재해자 책임 전가 중단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25.3.1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10일 오전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중대재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재해자 책임 전가 중단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25.3.10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특히 노조에 따르면 A씨가 일했던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은 1인당 연 1천500대 승강기 검사를 할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주 5일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하루 최소 6.5대를 검사해야 하며,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임금이 삭감되는 구조다.

위험한 작업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데다, 실적 압박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사측이 이번 사고 책임을 A씨에게 떠넘기려 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노조는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이 내부 직원들에게 ‘A씨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퍼뜨려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 했다고 지적했다.

서다윗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장은 “사측은 실적을 우선하며 ‘A씨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는 말을 퍼뜨려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그러나 25층 높이에서 추락한 상황에서 안전모 착용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 문제는 왜 그런 환경에서 작업해야 했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승강기안전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내부 회의를 거쳐 입장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