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포기·자체 재원 진료 ‘한계’
저출생 위기, 병원 확대 방해 지적
道 “신청 땐 최대한 지정 노력 중”

경기남부의 한 도심 지역에서 어린이병원을 운영 중인 병원장 김한길(가명)씨는 병원 이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내원하는 어린이 환자의 부모마다 야간 진료가 가능한 ‘달빛어린이병원’ 지정을 요구하고 병원도 역시 운영을 원해 보건소에 추진을 요청했지만, 같은 행정구 안에 이미 지정된 다른 병원이 있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행정구별 1개’ 등 정부의 까다로운 지정 원칙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인데, 병원은 결국 정부 지원을 포기하고 자체 재원으로 오후 11시까지 어린이 환자들을 진료하기로 정하고 운영하는 상황이다.
저출생 위기 속 정부가 ‘행정구역 단위’로 획일화한 달빛어린이병원(이하 달빛병원) 지정 기준이 병원 확대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보건복지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예산을 지원받는 도내 달빛병원은 23곳이다. 올해는 도내 달빛병원에 국도비 40억원(국비 50%·도비 50%)이 예정돼 있고, 의료진들의 인건비(주 최대 60시간)와 병원 운영비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달빛병원의 높은 지정간격 기준에 신청을 포기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의 달빛병원 지정간격을 보면 ‘시·군·구(행정구)별 1개소’를 원칙으로 한다. 만 18세 이하 인구가 5만명 이상이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경우 시·도 심의위원회를 거쳐 1개소를 추가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다.
반면 앞선 김씨의 병원은 같은 행정구에 이미 지정된 1개소가 있으며 소속된 구의 만 18세 이하 인구가 5만명을 넘지 못해 추진이 무산됐다.

특히 행정구가 없지만 인구 밀집이 높은 화성의 동탄신도시와 평택과 각각의 행정구 범위가 큰 수원 팔달구와 권선구, 용인 기흥구 등의 지역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김씨는 “병원이 2개의 행정구 경계에 있다 보니 양쪽 구의 어린이 내원 환자들은 많지만 이러한 상황이 전혀 판단 안 된 행정구별 1개소 등의 원칙으로 신청을 못 하고 있다. 보건소도 예외 규정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답한다”고 전했다.
달빛병원 지정은 의료기관이 보건소에 신청하면 보건소가 도에 지정을 요청하고 도가 적합성 여부, 기관 위치, 진료역량 등을 판단해 지정한다. 다만 올해부터는 도가 판단하기 전에 복지부에 보고해 복지부가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이 같은 절차가 까다로워진 상태다.
도 관계자는 “병원별로 1억원 이상의 국도비가 지원되다 보니 일정한 기준이 정해진 상태다. 보건소에서 신규 신청 관련 적극 협의가 제기되면 도에서는 최대한 지정을 해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