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들이 국제대회를 개최한 뒤 스포츠 인프라 시설 활용을 놓고 고민이다. 국제대회 유치 경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을 구축해놓고도 정작 사후 활용에 대해선 대안이 없어서다. 최근 문제점을 드러낸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만 봐도 그렇다.
문학경기장은 월드컵경기장과 향후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 지난 1994년 7월 종합운동장 착공에 이어 2001년 12월 완공됐다. 2002 한일 월드컵 한국 10개 경기장 가운데 9번째로 개장했다. 이후 문학경기장은 2014년 9월 제17회 아시아경기대회 개최를 통해 스포츠 도시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2004년부터 프로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가 홈 경기장으로 사용했고, 인천 구단이 2012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면서 내셔널리그 소속 인천 코레일 축구단이 잠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채 무용지물이 됐다. 주경기장은 시설 노후화로 방치된 상황이다. 시는 주경기장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개보수 공사를 준비 중이다. 물론 개보수의 전제 조건은 국제대회를 다시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가 ‘국제대회 유치 대비 문학경기장 노후시설 개보수 공사 시행계획’을 세운 건 지난 2022년 9월이다. 당시 정부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유치 경쟁에 뛰었고 시는 ‘경기 개최 지방자치단체’에 도전하며 문학경기장 기능 보강을 계획했지만, 그해 10월 카타르에 유치권을 내주자 동력을 잃었다. 이후 시는 국제대회 유치를 목적으로 문학경기장 1·2차 개보수에 대한 예산 150억원을 세웠지만 사후 운영비를 놓고 우려 섞인 반응이 나온다.
지자체장으로서는 재임기간 국제대회 유치가 재선을 보장하기도 하지만 자칫 사후 활용 방안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간 ‘돈먹는 하마’로 전락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강원도는 현재까지 운영비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도내 동두천·양주·김포시는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대체지 유치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운영비 문제는 고심하지 않고 있다. 평창이나 문학경기장처럼 스포츠 인프라 구축은 대한민국 스포츠 위상을 세운다는 점에서 좋은 취지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국제 규격만 따르면 외형만 커질 뿐 내실적인 측면에서는 허점이 많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평창의 예처럼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대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