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겨눈 유정복… 탄핵돼도 기각돼도 결국 ‘개헌 논의’
여권 잠룡 정치 행보에 영향 관심
잠재적 지지층 겨냥 反이재명 집중
“李, 정치 그렇게 하지 말라” 비판
헌재 선고 지연에도 여파 없을듯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자격으로 ‘지방분권 개헌’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윤석열 대통령 석방’이라는 이슈와 마주치며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개헌 논의를 앞세워 ‘여권 잠룡’으로서 자신만의 정치 행보를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는 유 시장에게 이번 석방 이슈가 결과적으로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며칠 동안 윤 대통령 석방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다.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표출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이번 이슈가 유 시장이 주도한 ‘개헌’ 이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희석시키고 있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유 시장은 지방분권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정치권은 물론 학계, 시민사회를 아우르며 꾸준히 공감대를 넓혀왔다. 이 같은 개헌 논의에 여·야 잠룡이 편승하려는 기류가 형성될 정도로 유 시장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가 정치권에 먹혀들던 차였다. 유 시장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주도로 성안한 개헌안을 공개하며 토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석방 이슈가 불거지며 개헌 논의가 정치권은 물론 대중적 관심에서 멀어지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당장 유 시장의 메시지도 개헌보다는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슈에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 이후 최근까지 유 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6건의 게시물 가운데, 개헌과 관련된 게시물은 2건에 불과한 것을 보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1건도 자신의 개헌 관련 인터뷰 기사를 공유한 게시물이었다. 반면 나머지 4건은 모두 윤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메시지였다. 개헌에 소극적인 이재명 대표를 염두에 두고 ‘반이재명’ 개헌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분위기에서 불가피하게 대통령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 시장은 메시지에서 어려운 ‘개헌’을 걷어내고 잠재적 지지층에게 더 쉽게 읽힐 수 있는 반이재명 이슈에 집중하며 잠시 숨을 고르며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10일 유 시장은 평소와 달리 강한 어조로 메시지를 냈다. 유 시장이 평소 ‘젠틀하다’는 평을 들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유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29번의 탄핵소추로 아직도 만족이 안 되느냐. 30번째 탄핵 시도를 해야 후련하겠느냐”며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당대표를 비판했다. 민주당이 검찰총장 탄핵 추진을 언급한 것에 대한 의견 표명이다. 유 시장은 “제 30년 정치 인생 동안 지금의 민주당처럼 이렇게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주의인 정당은 처음 봤다”고 언급하면서 “정치 그렇게 하지 말라. 훗날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두렵지도 않으시냐”고 글을 남겼다.
윤 대통령 석방이 개헌 이슈를 빨아들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것이 유 시장에게 특별히 불리할 것이 없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윤 대통령 석방 이슈는 개헌 논의뿐 아니라 당내 다른 대권 경쟁후보들의 이슈 또한 집어 삼키고 있다. 유 시장과 경쟁구도를 펼치는 모든 후보에게 동일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석방 이슈가 탄핵심판 선고 일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도 있는데, 이 역시 유 시장에게는 불리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탄핵이 인용된다면 당장 60일 이내에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늘어진다면, 지금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는 당 안팎의 경쟁자들이 지닌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여권 후보에게는 ‘명태균 리스크’가, 야권 주자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돌출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마지막 최후 변론에서 밝힌 자신의 정치 일정과 유 시장의 개헌 필요성 주장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탄핵 인용 여부와 관계없이 유 시장은 ‘개헌은 불가피한 선택지’인 상황임을 언급해왔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된다면 윤 대통령이 직을 이전처럼 이어가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통령 본인은 이미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87체제’를 극복하는 개헌과 정치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탄핵안이 인용돼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는 현 상황을 초래한 정치제도의 손질이 불가피해 다시 ‘개헌’논의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