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조 들린 서민경제를 보여주는 통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지수가 각각 3.0%, 2.9% 상승했다. 미분양 주택 증가로 건설사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건설업 취업자가 지난해 1월에 비해 16만9천명이 감소했다. 급기야 지난 10일 통계청은 지난해 11월 570만명이던 자영업자가 지난 1월 550만명으로 20만명이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577만명이던 자영업자 중 한 달 만에 7만명이 사라졌고, 이후 두 달 만에 20만명이 생계를 접었다는 얘기다. 경기도에서만 지난해 10월부터 1월 사이에 자영업자 12만명이 폐업했다.
만일 다른 산업분야에서 20만명의 실직자가 발생했다면 나라가 뒤집혔을 것이다. 노조가 들고일어나고 여야 정당들과 정부는 고용유지를 위해 온갖 정책 자금과 불이익 수단을 동원해 기업을 회유하거나 압박할 것이다. 그런데 자영업 국민 20만명이 단 두 달 사이에 생계를 접었는데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비명조차 없이 조용히 사라진 탓이다. 조용히 생계를 접은 건 자영업자뿐 아니다. 건설 실업자들도 단기 노동의 특성상 집단적 비명을 지르지 못한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나홀로 운영이 늘면서 사라진 수많은 단기 노동자들도 처지는 같다. 이렇게 사라진 사람들은 배달노동자가 되어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이중 착취하는 글로벌 배달플랫폼 기업들을 떠받친다.
자영업자 급감 통계 발표 직후 민주당은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영업자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윤석열의 실정과 내란의 후과”라며 “윤석열 즉각 파면”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별도의 대변인 논평도 없었다. 정부도 놀란 기색이 없다. 민주당의 논평은 해법과 거리가 멀고, 당정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20만명의 가장과 딸린 식솔들이 생계를 잃었다. 이들을 통계로만 보고 국민으로 보지 않는 냉혈한 정치다. 단기적으로는 추경 투입, 금융·자금 지원 방안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산업구조 혁신과 규제혁파에 당장 나서야 할 일을 정쟁으로 치환하거나 침묵으로 대신하는 냉혈 정치의 후과로 수많은 국민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생계현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내수 침체에 관세장벽이 현실화되면 노조를 가진 산업 전반에서 벌어질 현상들이다. 여야정은 자영업 대책 마련부터 경제정책 숙의에 당장 돌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