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명으로 출산 가능 법 시행 불구
부천 화장실서 사망 신생아 발견
시행 후에도 베이비박스에 29명
“병원도 인식부족… 적극 알려야”

정부가 출생미신고 아기들인 이른바 ‘유령 아기’를 예방하겠다며 시행한 ‘보호출산제’가 여전히 위기임산부 대응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병원 밖에서 출산한 신생아가 숨지고, 제도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영아가 30명 가까이 되는 등 사각지대를 막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부천원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새벽 부천 역곡동의 한 빌라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생아의 친모인 A씨(20대)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을 진행한 결과,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고 1차 소견을 전달했다.
특히 경찰은 산부인과 등 A씨의 의료기관 방문 행적을 가장 먼저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숨진 신생아는 발견 당시 변기에 머리가 반쯤 잠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3주 전 다른 지역에서도 자신의 아파트에서 출산한 아기를 살해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위기임산부 및 영유아를 보호하겠다던 보호출산제가 시행됐지만,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호출산제는 위기임산부가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함께 적용된 출생통보제에 따라 아기가 태어나면 해당 의료기관장이 출생 정보를 지자체에 통보하고, 지자체는 한 달 내에 직권으로 출생 등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병원 밖 출산은 오히려 줄지 않고 아동 유기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보호출산제가 시행된 지난해 7월 19일 이후부터 이날까지 29명의 영아가 베이비박스로 보내졌다. 해당 영아 대부분은 산모가 병원 밖에서 출산해 출생등록을 하지 않아 친모를 찾기 어렵다.
이에 대해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는 “임산부의 병원 밖 출산, 베이비박스 같은 양육 포기 등 현재 이어지는 현상들은 이미 제도 추진 전부터 부작용으로 우려된 사안들”이라며 “유령 아기를 예방하겠다며 보호출산제가 시행됐지만,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홍보 강화와 의료기관 연계 등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소속 이인애(국·고양2) 의원은 “아직 보호출산제를 모르는 산모가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며 “심지어 의료기관도 위기 산모들을 파악해 지자체 등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거나 나서지 못하는 상황인데, 산모들이 이 제도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적극 알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