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숙원 경인선, 전 구간 반영 희박해져
尹정부 ‘사업성 확보’만 초점… 현실 괴리
국비 투입 등 낙후지 활성화 ‘공공의 역할’
정반대로 달려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정부는 지난달 19일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지역 건설경기 보완방안’의 일환으로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대상지 3곳을 발표했다. 철도 지하화 첫차에 올라탄 곳은 ‘부산진역~부산역’(2.8㎞·1조4천억원), ‘대전조차장’(2.4㎞·1조4천억원), ‘안산 초지역~중앙역’(5.1㎞·1조5천억원)이다. 인천시가 경기도와 함께 제안한 경인선 ‘인천역~온수역’(22.63㎞) 구간은 선도사업 대상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경인선이 선도사업에선 제외됐지만 지하화의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정부는 수도권 경부선, 경인선, 경원선 구간도 관련 지자체와 추가 협의를 거쳐 구체적 추진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하화 구간과 사업비 분담 등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면, 올해 말 수립되는 종합계획에 반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앞서 인천시와 국토교통부는 경인선 지하화 구간 설정을 놓고 이견이 있었다. 인천시는 인천역~온수역 전 구간 지하화를 제안했으나, 국토부는 ‘(선도사업은) 우선 추진이 필요한 핵심 구간을 선정하는 것’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경인선 지하화 사업이 정부 종합계획에 담겨 서서히 속도를 낼 수 있을까.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철도 지하화 통합 개발사업 시행 방안’을 보면, 비관적이다. 인천역~온수역 전 구간이 반영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 중 일부 구간만 반영될 수는 있는데, 그럴 경우 ‘도시 공간 재구조화’라는 종착역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월 ‘전국 GTX 시대’, ‘신도시 광역교통 개선’, ‘철도·도로 지하화’ 등 교통분야 3대 혁신 전략을 내놓았다. 철도·도로 지하화로 도시 공간 재구조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시행 방안은 ‘사업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가가 소유한 철도 부지를 사업시행자에게 현물 출자할 뿐 지하화 비용은 상부 개발이익으로 충당하라는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해당 지자체가 메워야지, 국비는 한 푼도 투입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사업 추진 원칙이다. 정부는 “사업성 확보 또는 지자체 분담 의사가 확실한 사업부터 종합계획에 반영해 우선 추진한다”고 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에 ‘원인자 부담 원칙’을 적용한 셈이다.
경인선 등 해당 노선들이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일부 구간을 빼놓고는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부지가 넓고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역사 공간은 상부 개발이 가능하다고 쳐도 좁고 긴 선형으로 된 역과 역 사이의 구간은 무슨 수로 지하화할 것인가. ‘공간 혁신’이 아니라 일부 지하화를 위한 사업, 주요 역세권 개발 사업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사업성만 강조할 경우 상부의 공원·녹지 비율은 낮아지고 고밀도 개발로 인해 빌딩들만 들어설 공산도 크다. 서울지역 부동산 시장만 자극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따져볼 필요도 있다.
경인선 지하화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숙원 사업이다. 열차가 도심 한복판을 가로질러 달리다 보니 분진·소음 피해가 발생하고, 생활권은 단절됐다. 이 때문에 경인선 지하화 사업은 지방선거와 총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 됐다. 이제야 시동을 걸고 출발하나 싶었는데, 경제성 논리에 발목이 잡혀 일부 구간만 지하화되거나 아예 멈춰 서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철도 지하화 사업을 해당 지역만을 위한 사업으로 생각하는 정부의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사업성이 떨어지고 낙후된 곳에 마중물(국비)을 부어 활성화시키는 것이 공공의 역할인데, 정부는 ‘사업성이 있는 곳을 우선 추진한다’며 정반대로 가고 있다. 철도 지하화는 그동안 피해를 본 주민들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자, 도시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공공사업이다. 정부는 국비를 지원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철도 지하화 사업은 ‘미완’ 상태로 어정쩡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