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이주평등연대 등 시민단체가 11일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의회가 이주노동자 숙소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5.3.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7
경기이주평등연대 등 시민단체가 11일 오후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의회가 이주노동자 숙소 개선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5.3.11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7

“이주노동자들은 야생동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집다운 집을 보장하라”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시민과 이주노동자 1만여명으로부터 받은 서명서에 담긴 한국사회의 민낯이다. 경기이주평등연대·이주여성인권포럼·난민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11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악한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경기도의회로 자리를 옮겨 도와 의회가 방관한 책임을 물었다. 이주노동자가 억울한 죽음을 당할 때마다 여론이 들끓지만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거주하는 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20년 겨울, 포천의 한 농장에서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면서 열악한 주거환경이 사회문제로 불거졌다. 한파 경보가 내려진 날 비닐하우스 안 조립식 숙소의 난방기는 고장 나 있었고, 속헹씨는 잠을 자다가 변을 당했다. 당시 경기도는 이주노동자 숙소를 전수조사해 개선하겠다고 발빠르게 발표했다. 하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은 조립식 패널, 컨테이너 등 불안한 시설에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예산 등의 문제를 이유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안타까운 죽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평택 청북읍의 한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기숙사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후센씨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구두 소견을 냈다. 동료와 함께 지냈던 방은 창문을 열면 보일러실로 쓰이는 베란다로 이어졌다.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구조였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입국해 5년여를 일했고, ‘성실근로자’로 꼽혀 지난해 9월 다시 한국을 찾은 후센씨의 코리안드림은 허망하게 끝났다.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환경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나. 속헹씨 사고를 계기로 2021년부터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는 외국인노동자 고용 허가를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예외 조항을 파고드는 편법과 불법은 막지 못하고 있다. 철저한 관리 감독과 현실적인 제도 손질 등 실효성 높은 대책이 시급하다. 경기도와 고용노동부에 전달된 시민과 이주노동자 1만명의 목소리가 이번에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는 죽어야만 관심 받는 존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