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 1번지’ 고삼농협 비결은
도가니탕·육개장 등 ‘착한들’ 제품
축산농가 부산물 소비 높이려 착안
작년 기준 매출 197억 가까이 올려
안성 고삼지역 농가 효자노릇 톡톡

곰탕·도가니탕·육개장 등 안성 고삼농협이 만든 ‘착한들’ 제품들이 지역 농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기도뿐 만 아니라 전국적인 인기로 10여년 새 80배 훌쩍 넘는 성장을 보여 고삼농협은 지역농협들의 벤치마킹 1번지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윤홍선 고삼농협 조합장은 “안성 고삼지역의 농가들이 수익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제품 개발은 시작됐다”며 “축산농가가 많은 고삼지역에서 사골과 같은 부산물의 소비를 높이기 위해 곰탕을 메뉴로 삼았다”고 목소리에 힘을 담았다.
이날 실제로 찾은 고삼농협의 안성마춤푸드센터는 깔끔하고 위생적인 공간에서 24시간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대표적인 곰탕의 경우 한 기계 당 1t이 넘는 뼈가 들어가서 11시간 이상 끓이고, 고압균질기를 통해 지방을 미세하게 쪼개 육수와 섞어주는 유화 공정을 거친다. 곰탕 본연의 색에서 적정량의 지방이 입혀지며 색이 우유빛깔로 바뀌고, 실온에서도 굳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2012년에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처음 추진했던 고삼농협 안성마춤 푸드센터 사업은 2018년과 2023년 설비 증설과 2공장 준공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두 개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하루에 약 3만봉(500g 기준)으로 6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곰탕으로 시작해 빨간 양념이 들어간 탕, 냉면육수와 동치미, 피클 등 현재 생산하고 있는 제품만 30여 가지이다. 최근에는 한우곰탕에 경기미로 지은 솥밥을 넣어 끓여 먹는 제품을 개발해 쌀 소비 증대에도 나섰다.
초창기 2억원대 매출로 시작했던 사업은 꾸준히 증가해 2024년 기준 196억9천여만원까지 끌어올렸다. 12년 만에 약 86배의 매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농축산물 매입량 역시 2012년 30t에서 2024년 962t으로 약 31배 증가했다.

맛과 품질로 입소문이 난 고삼농협의 제품은 높은 재구매율을 보이고 있다. 윤 조합장은 ‘좋은 제품’으로 승부한 것이 주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직하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 온 가치를 소비자들이 인정해줬기 때문에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통 경로를 다양화한 것도 눈에 띈다. 온라인을 포함해 대형유통점, 위탁생산, 단체 급식, 친환경 판매장, 수출 등 여러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다 보니 어느 한 군데에 치중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불확실한 위험성을 줄였다.

지역의 작은 농협에서 만들어 낸 ‘곰탕’이 성공 가도를 달리자 농가들과 다른 지역농협에도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윤 조합장은 “농협 R&D 연구소와 함께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은 물론,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제품들도 계속해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착한들 곰탕을 비롯해 생크림 찹쌀떡, 유러피안 샐러드 등 지난해 전국 119곳 농협 농산물가공공장이 거둔 매출 실적은 전년대비 5% 늘어난 6천20억원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