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여성 재활시설 전무
전문병상 운영 도립정신병원뿐
남·여 분리 못해 여성 입원 제한
외래치료 한계… 다시 중독 우려

마약류 사범이 급증하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 이들을 치료할 마약 중독 치료·재활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마약중독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지만, 경기도내에 전문병상을 갖춘 여성 마약 치료·재활 시설은 전무한 상태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3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도내 총 7곳으로, 지정 병상은 총 43개다.
이 중 마약중독자를 위한 전문병상을 운영하는 곳은 경기도립정신병원 뿐이다. 마약중독 전문병상 특성상 남·여 환자 분리가 필수인데, 이곳은 남성환자만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치료기관의 병상들은 정신질환자나 알코올 중독자 등 환자를 같이 받고 있어, 사실상 포화 상태다.
문제는 여성 마약중독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마약류사범 중에서 여성의 비중도 2016년부터 20%를 상회하는 등 증가 추세다. 특히 가장 최근 통계인 2023년에는 32.3%에 육박했다.

국내에 3곳(인천·대구·김해) 있는 민간 마약재활시설인 다르크에서도 여성 중독자 입소는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여성 마약 중독자의 경우 외래 치료에 기댈 수밖에 없고, 중독의 늪에 다시 빠지기 쉬운 처지에 몰려 있다.
특히 급성 중독 상태에서 해독을 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한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에 여성 중독자는 전문성 있는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치료보호기관에 어렵게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여성마약중독자 A(25)씨는 경인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마약중독자 전문병동이 아니다보니) 단약 부작용으로 얼굴 마비, 감각이상 등이 느껴지는데도 약만 먹으며 제대로 된 치료를 못받고 있다”며 “여성 중독자를 받아주는 전문치료시설이 없다보니, 만족할만한 (중독) 개선이나 치료가 되질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중독자를 위한 전문병동 마련을 위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 관계자는 “여성 중독자 입원 문의가 많아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며 “여성 마약 전문병상으로 최소 10개 병상을 추가하려는 구상이지만, 예산 확보 및 시설 리모델링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인접한 서울시는 오는 6월 개관을 앞둔 서울시 마약관리센터에 여성 전문병상도 추가했다. 서울시 마약관리센터는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에 이어 공공에서 운영하는 마약치료·재활시설인데, 남성 전문병상 8개와 함께 여성 전문병상 2개를 운영할 계획이다.
국립법무병원 등에서 마약치료를 맡아온 조성남 서울시 마약관리센터장은 “여성 중독자 입원을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고 혼성 병동으로 운영되기도 하는데, 마약중독은 성적인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성별이 분리된 전문병동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여성 중독자 전문병동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