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 관련

경인일보의 답변 요청서에 회신

유엔여성기구 답변 원문 캡처.
유엔여성기구 답변 원문 캡처.

주거권 보장 없이 진행되는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철거와 관련,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보편적 인권 원칙에 따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당사자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유엔여성기구는 경인일보가 보낸 용주골 사태에 대한 답변 요청서에 “성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유엔의 일반적인 글로벌 입장”이라면서 “성노동자도 인권 보호를 받아야 하며, 정책 결정 시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답신을 보내왔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유엔여성기구는 유엔에서 성평등 및 여성 인권 증진을 담당한다. 유엔여성기구는 개별 사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보편적 인권 원칙에 따른 내용을 설명했다.

유엔여성기구 대변인은 “성매매와 성노동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현실”이라며 “유엔의 역할은 모든 여성이 폭력, 학대, 착취, 차별, 낙인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오후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5.3.1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6일 오후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5.3.1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유엔여성기구는 성노동에 대한 관점과 정책이 각국의 사회적·법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운영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특히 성노동자들이 특정한 폭력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과 제도를 통한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공권력의 의사결정 과정에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보편적 인권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해뒀다.

또 “매춘과 성노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며 회원국들이 각기 다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인식한다”고 전제한 뒤 “성노동 및 성매매 정책은 반드시 해당 개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각국의 맥락을 반영하되 포괄적이고 관련 당사자 및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16일 오후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5.3.1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6일 오후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5.3.1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이번 유엔여성기구의 답신은 그동안 국내 정책 논의에서 성노동자의 인권과 주거권 문제가 사실상 배제돼 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는 지자체의 정책적 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성노동자들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되면서 인권 보호 논의는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성매매가 불법인 상황에서 성노동자들의 인권과 주거권 문제는 공론화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기존 지원 체계는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된 경우에만 적용되며, 자발적 성노동을 주장하는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취약계층과 달리 법적 보호 체계 부재로 인해 강제철거 시 공권력 투입이 쉽게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