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故김하늘 양 피살사건 이후 긴급 휴교령을 내렸던 서구 한 초등학교가 17일 오전 7일 만에 등교를 재개하고 있다. 한 학부모가 자녀의 등교를 동행하고 있다. 2025.2.17 /연합뉴스
대전 초등생 故김하늘 양 피살사건 이후 긴급 휴교령을 내렸던 서구 한 초등학교가 17일 오전 7일 만에 등교를 재개하고 있다. 한 학부모가 자녀의 등교를 동행하고 있다. 2025.2.17 /연합뉴스

‘대전 하늘이 사건’을 계기로 늘봄학교의 학생 안전관리가 강화됐다. 교육부는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대면 인계·동행 귀가’를 원칙으로, 출결 사항을 세부적으로 관리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를 떠맡은 늘봄행정실무사들은 사고 책임에 대한 불안감에 떤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주 만에 벌써 도내에서만 20명 이상 퇴직했다.

늘봄행정실무사는 지난해 11월 교육공무직으로 채용됐다. 기존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통합한 늘봄학교 업무를 담당한다. 늘봄학교는 지난해 2학기 초등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해 83.4%가 참여했다. 올해 새 학기부터 2학년으로 확대돼 인원이 대폭 늘었다. 늘봄학교의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늘봄행정실무사는 20학급 이상의 학교에 1명씩 배치된다. 10개 학급 이하에는 초단시간 노동자인 늘봄업무보조를, 11개 학급부터 20개 학급에는 기간제 교사를 둔다. 올해 상반기 기준 경기도 내 초등학교 1천351곳 중에서 늘봄행정실무사가 배치된 학교는 707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인천지역은 초등학교와 특수학교 1개교당 1명씩 265명을 배치했다.

늘봄행정실무사는 기존의 늘봄과정 편성 및 운영 등 행정업무에 하교 안전관리까지 추가돼 업무 과부하를 호소한다. 돌봄전담사가 해오던 관리카드와 일지 작성 업무도 함께 분담한다. 실제로 50학급 규모 초등학교의 늘봄행정실무사 A씨는 100여명의 학생마다 학원 일정과 귀가 시간이 모두 달라 정확한 위치와 일정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한다. 늘봄행정실무사들은 행정이 고유 업무라고 주장하지만, 도교육청 측은 “학생 이동과 안전도 늘봄학교 운영·관리 업무에 포함된다”며 안전관리 추가 요구가 있는 학교에 인력을 더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하교 시간 교문 밖은 학부모와 학원 차들로 북새통이다. 교실부터 수많은 아이들을 인솔하랴, 학부모 민원전화 응대하랴 늘봄행정실무사들은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다. 자원봉사자가 있지만 도움받는 데 한계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장의 안전이다. 지켜지기 힘든 ‘대면 인계·동행 귀가’ 원칙은 현장과의 괴리가 크다. 안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시작하고 보는 교육행정은 무책임하다. 사건사고가 터질 때 보여주기식 안전대책은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무늬만 안전 하교’에 아이들은 더 위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