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데… 구제 방안도 없이 ‘잔인한 일몰’

 

국토부 인정 2월기준 인천 3189명

최근에도 ‘건축왕’ 고소장 警 접수

대책위 “사각해소 보완입법” 강조

野 주도 2~4년 연장 4건 국회 발의

전세사기특별법이 오는 5월 만료를 앞둔 가운데 17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5.3.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전세사기특별법이 오는 5월 만료를 앞둔 가운데 17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인천전세피해지원센터를 찾은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2025.3.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제정된 ‘전세사기 특별법’의 유효 기간이 오는 5월로 만료된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아직도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특별법 연장과 더불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개정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 여전한데… 유효 기간 만료 앞둔 ‘전세사기 특별법’

2023년 6월부터 시행된 ‘전세사기특별법’(이하 특별법) 유효 기간은 오는 5월31일까지다. 경·공매 유예, 경매 우선매수권 부여, 피해 건물 공공매입 등이 골자인 이 법은 당시 전세보증금을 잃고 절망한 피해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등지는 등 전국에서 피해가 확산되자 제정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민·대전 중구) 의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기준 국토교통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경기 5천902명, 인천 3천189명이다. 지난해 10월(국토부 자료)보다 각각 991명, 247명이 증가했다. 인천에서는 최근까지도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속칭 ‘건축왕’ 남헌기(63)씨 일당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고소장이 계속해서 경찰에 접수되고 있다.

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점,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점 등을 우려해 2027년 이후까지 유효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호 전세사기 피해자 경기대책위원장은 “특별법 만료가 가까워진 지금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별법마저 없다면 피해자들은 온전히 홀로 피해 구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장 더불어 개정도 필요” 피해자들 한목소리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유효기간이 오는 5월 만료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전세피해지원센터의 모습. 2025.3.1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의 유효기간이 오는 5월 만료되는 가운데 17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 전세피해지원센터의 모습. 2025.3.17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대책위는 특별법 연장과 함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보완 입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 11월부터 전세사기 피해 건물을 매입해 보증금을 떼인 세입자가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거나, 경매 차익(LH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이)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13일 기준 LH가 매입한 피해 주택은 198가구에 불과하다.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한 문턱도 여전히 높다. 현재 국토부는 같은 임대인에게 2인 이상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 집주인 사기 의도 등 요건이 갖춰졌을 때만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하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이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지원이 어려운 외국인 피해자, 특별법 제정 이전 신용대출을 받아 대환대출을 받지 못해 높은 이자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 등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장은 “특별법이 개정됐는데도 공공매입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예방책이 나오기 전까지 특별법 폐기는 시기상조다.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개정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국회에는 현재 염태영(민·수원무) 의원 등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유효기간을 2~4년 연장하는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 4건이 발의된 상태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전세사기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피해자의 요구 사항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특별법 연장에 큰 이견은 없지만, 개정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는 각 의원, 관련 부처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백효은·변민철·한규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