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보호구역, 어린이에 비해 열악

道, 교통약자 보호구역 표준 조례 마련

전통시장·의료기관·약국 등까지 확대

단속장비 등 교통안전시설 설치 지원

경기도가 조례 마련 등 노인보호구역 확대 위해 나섰다. /경인일보DB
경기도가 조례 마련 등 노인보호구역 확대 위해 나섰다. /경인일보DB

노인 보행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노인보호구역 확대 목소리(2024년 10월18일자 5면보도)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도가 노인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경로당앞도 지정 안해… 홀대 받는 '노인보호구역'

경로당앞도 지정 안해… 홀대 받는 '노인보호구역'

횡단보도 신호등 보행 시간을 늘리는 등의 조치가 가능한 '노인보호구역' 지정 확대 권한이 관할 기초지자체에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극적인 행정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17일 법제처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상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노인 관련 시설 또는 해당 장소의 주변 도로(최대 500m)엔 차량 주정차가 금지되고, 차량통행 속도를 30~50㎞로 제한한다. 또 보행자 속도 기준을 일반 횡단보도 기준인 초당 1m에서 0.7m로 낮춰 보행 시간을 그만큼 늘리게 된다.특히 지난 2022년 4월 법률 개정 이전엔 관련 시설의 장이 지자체에 신청해야만 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었지만, 이후엔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조례를 통해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요양원이나 경로당 같은 시설과 마찬가지로 노인 통행이 잦은 전통시장이나 공원 주변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방법이 생긴 것이다.하지만 지자체들은 여전히 관련 시설에서 보호구역 지정을 신청하기만 기다리고 있다. 법이 바뀐 뒤 관련 조례를 만들거나 바꾼 시·군은 도내 8곳뿐이고, 조례를 마련한 지자체도 여전히 '신청주의'에만 매몰돼 있는 실정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호구역 신청이 들어오면 경기도의 예산 지원이 가능한데, 자체적으로는 시군 예산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노인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찾아간 부천자유시장 인근의 부천역남부삼거리 횡단보도에선 적색 신호등으로 바뀌고 난 이후 허둥지둥 차도를 벗어난 어르신들이 전봇대를 붙잡고 숨을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수원 세류동의 한 경로당은 매일 30명 넘는 어르신이 사용하는 노인시설인데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경로당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경로당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3915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보행자 사고에서 어린이가 차지하는 비율(7.9%)에 비해 노인 사고 비율(25.7%)이 3배 이상 높다. 매년 전체 보행 교통사고 건수 대비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 비율은 연평균 3.5% 감소하고 있지만, 노인 보행 교통사고 비율은 연평균 3.0%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노인 보호구역 지정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2023년 기준 어린이 인구 1만 명당 어린이 보호구역은 21.5개인 반면 노인 인구 1만 명당 노인 보호구역은 2.2개에 불과했다.

설치된 노인보호구역도 실제 교통사고 다발 지역과 맞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도 제기됐다. 경기도 노인보호구역은 2022년 392개소에서 2024년 595개소로 연평균 23.2% 증가했지만, 설치 지역은 노인복지시설 인근(98.7%)이 대부분이다. 노인 보행 교통사고가 주로 약국, 시장, 지하철역 주변에서 발행한 것과 대조된다.

노인 관련 시설뿐 아니라 전통시장, 의료기관 등 노인 교통사고 다발 지역까지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오지만, 지자체들은 여전히 소극적인 상황이다.

도내 31개 시군 중 노인보호구역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곳이 9개에 달했고, 조례를 마련한 지자체도 예산 문제 등으로 노인보호구역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도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경기연구원을 통해 ‘경기도 노인보호구역 확대방안 연구’를 실행해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보호구역 확대를 위한 교통약자 보호구역 교통안전 관리에 관한 표준 조례안을 마련해 31개 시군에 배포했다.

또한, 노인보호구역 확대 지정에 따른 보호구역 표지, 속도제한 노면 표지, 무인교통단속장비, 고원식 횡단보도 등 교통안전시설 설치 시 도비 50%를 지원해 예산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허태행 도 도로안전과장은 “노인들의 활동이 많은 전통시장, 약국·병원, 지하철역 주변을 노인보호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고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해 안전한 보행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