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길’로 지구촌 동서 연결”
“과거엔 IT기업 카카오에 투자했다면, 이젠 먹는 카카오에도 투자할 수 있는 시대”
“투자의 민주화는 곧 개개인 선택의 자유 극대화… 기술 발전으로 실생활 큰 변화”
쉰 살을 넘기고 쌍둥이를 얻은 김상민(52)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대표는 “이제야 지구에 뿌리를 내린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한때 아주대학교 최초의 비운동권 총학생회장이었으며, 대학 졸업 후 찜질방과 고시원을 전전하며 후배 대학생들의 선봉에서 우파 청년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이후 ‘박근혜 키즈’로 정치권에 영입되어 19대 국회에 초선 의원으로 당선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그가 내세웠던 “결혼 안 하기”, “돈 안 모으기”, “정부와 재벌에 의존 안 하기” 같은 인생 모토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는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으며, 부(富)를 캐는 디지털 자산 사업의 선봉에 서 있다. 어찌보면 정 반대의 길이다.

현재 김 대표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비단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비단은 부산 디지털 에셋 넥서스(Busan Digital Asset Nexus)의 첫 글자를 딴 이름으로, 디지털 자산이 한 곳에 모인 종합 거래소를 지향한다. 비단은 아직 비트코인 같은 가상 자산을 거래하지 않지만, 금, 은과 같은 실물 자산뿐만 아니라 커피, 코코아 등의 원자재까지 디지털화하여 조각 투자할 수 있는 실물 연계 자산(RWA) 거래소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고객이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구입했다면, 이제는 금, 은, 보석과 같은 실물 자산과 식음료 원자재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비단을 통해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산을 거래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며, 레거시 금융의 틀을 깨고 디지털 자산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경인일보는 지난 17일 여의도 파크센터 ‘비단’ 서울 사무소에서 올해 9월 공식 개장 예정인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비단의 설립 배경과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들었다.
금·은·커피·코코아 등 실물, 디지털화 투자
스마트폰 앱 ‘센골드’ 다운… 간편가입 시작
지난 1년 금 시세 오르며 e금 상품 60%상승
‘분권형’ 예탁결제·상장평가·시장감시 독립
인천-부산 닮은점 많아 성공 혁신모델 확신
높은 수익 정보, 특권층 아닌 모두에게 열려

- 디지털자산을 거래한다는 개념이 아직은 생소하다. 비단의 디지털자산과 기존에 거래가 활발하던 가상화폐의 차이점은 뭔가.
“비단은 비트코인처럼 통상 코인이라 부르는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곳이 아닌, 실생활에 통용되는 모든 실물자산을 디지털화해 거래할 수 있는 ‘실물연계자산(RWA, Real World Asset)’을 거래하는 곳이다. RWA에는 금이나 은 등 광물부터 석유, 커피, 밀가루 또 건물이나 토지 같은 부동산, 기업이나 정부가 발행한 채권, 기업의 특허·설비·기술 등이 포함된다. 실물자산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정보접근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기존 암호화폐와 비교해 강점이 있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이 RWA를 디지털화하고 조각 투자하는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폭증하고 있다. 과거에는 IT기업 카카오에 투자했다면, 이제는 먹는 카카오에도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 비단 베타버전에서는 7개 품목이 거래됐는데 정식버전이 출시되면 품목이 더 확대되나.
“베타버전에서 거래된 상품(e금·e은·e플래티넘·e팔라듐·e구리·e니켈·e주석)뿐 아니라 앞으로 e알루미늄, e아연, e납, e커피원두, e코코아, e설탕, e밀가루 등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상 실존하는 모든 자산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되면 상품 수는 수천, 수만 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 일반인들은 어떤 방법으로 투자할 수 있는 건지 설명해 달라.
“지금 베타버전 운영과정에서 제시된 의견들을 반영해서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비단을 이용하려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센골드’를 내려받아야 한다. 간단한 가입절차를 거쳐 베타버전 상품을 거래할 수 있고, 현금으로 환급하거나 한국금거래소에서 금을 구매할 때 해당 금액만큼 사용할 수도 있다. 센골드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앱 명칭과 디자인 등을 비단으로 변경해 이용편의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 베타서비스 시작 후 성과는 어땠는지, 운영과정에서 도출된 개선점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일단 베타서비스를 공개한 뒤 정식서비스는 언제 시작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만큼 투자를 희망하는 분들께 비단 플랫폼이 매력적으로 다가섰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현재 베타버전 운영을 통해 이용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사용자 편의성(UI)과 사용자 경험(UX) 개선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를 충분히 고려한 여러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 거래종목을 확대해 나갈 때 기존 플랫폼 이용자들의 제안과 글로벌 시세 등을 반영할 계획이다.”
- 베타서비스 활용도로 볼 때 추후 비단의 주 고객층은 어떤 그룹으로 예상되나.
“비단은 금과 은 같은 실물자산 연계상품을 거래하기 때문에 등락이 큰 주식과 비교해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고객의 비율이 아직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금 시세가 많이 오르면서 지난 1년간 비단의 금거래 상품인 e금은 약 60% 정도 상승했다. 최근에는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소액투자를 원하는 20~30대 연령층이나 예적금 이율보다 높지만 안정적인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단이 추진하는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기 시작하면 정말 다양한 세대와 다양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누구나 쉽게 투자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투자 안정성이 최대 관심사일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보호대책이 있는지.
“비단은 ‘분권형 공정거래소’를 지향하고 있다. 그동안 예탁결제·상장평가·시장감시 기능이 거래소 한곳의 거버넌스를 통해 이뤄지다 보니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는 이 세 가지 거버넌스를 각각 독립된 법인으로 분권화한 거래소 운영시스템을 만들기 때문에 특정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에 의해 의사가 결정되지 않는 구조라는 게 중요한 특징이다. 소수에 의해 자금이 운용돼 투자자가 피해 보는 사례는 원천적으로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이 같은 시스템을 고도화하기 위해 ‘시장감시·미래기술 자문위원회’를 출범했다. 초대 자문위원장으로 사이버·디지털보안 분야 최고 권위자인 임종인 대통령비서실 사이버특별보좌관을 모셨다. 자문위는 이중희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 이현규 국립부경대 디지털금융학과 교수,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심준식 블록체인 산업전략 자문위원(비온미디어 대표) 등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했다. 또 비단의 ‘블록체인 사이버보안연구소’도 본격 활동에 돌입하는 등 국내를 넘어 글로벌 정상급 보안체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 왜 부산을 본거지로 정했으며 지역별로 거점을 확대할 필요성은 없나.
“블록체인 기술로 부산만큼 시너지를 일으킬 만한 도시가 없다.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물류시스템과 인프라를 갖췄고, 항공과 철도 등 교통허브이기도 하다. 이처럼 지리적 이점이 많음에도 서울과 수도권 중심적인 성장에 막혀 있었다. 전통산업이 탄탄하게 자리 잡은 가운데 아주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를 통해 새 성장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부산이다. 부산이라는 도시를 대한민국 미래전략자산으로 삼아 디지털금융 허브이자 세계적인 블록체인도시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산이 전 세계 미래기술을 시험하는 테스트베드가 돼야 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유즈케이스(적용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 비단은 부산을 세계 블록체인시티의 리더로 만들고, 부산은 디지털금융 허브도시로 글로벌시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부산과 비슷한 입지인 인천은 불록체인·디지털자산거래 산업과 관련한 잠재력이 없을까.
“인천도 블록체인 관련 정책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부산과 인천은 닮은 점이 많다. 인구도 비슷하고 공업단지와 항만을 중심으로 성장한 ‘물류항만도시’라는 점, 교통인프라, 특화산업을 육성 중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비단’이 영어로 실크인데 우리는 디지털 실크로드를 열어가려 한다. 대한민국 경제의 두 엔진도시가 이끌어 간다면 글로벌시장에서 성공적인 혁신모델이 되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대한민국 디지털자산시장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나.
“앞으로 우리는 디지털자산을 기반으로 금융의 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간 금융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정보라든지 투자기회는 자본가나 소수의 정보 특권층에 한정돼 있었지만, 디지털자산거래 시장에서는 누구나 ‘높은 수익률을 내는 좋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기회의 시장이 열리는 건데 나는 이를 ‘수익, 데이터, 소유의 민주화’라고 규정하고 싶다. 투자의 민주화는 개개인 선택의 자유를 극대화하고, 자본시장에 몰려올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는 블록체인기술 발전으로 우리 실생활에 큰 변화를 이끌 것이다.”

■ ‘투자자 보호 최우선’ 다양한 실물자산 간편 교역
거래소 ‘비단’은… 국내 공식 출범 최초 4세대 분권형 블록체인 디지털 자산 거래소
국내 첫 디지털 자산 거래소인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가 최근 공식 출범을 선언하고 하반기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4세대 분권형 블록체인 거래소 ‘비단’은 동과 서를 연결해 모든 교역이 이뤄지는 ‘새로운 금융 혁명’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비단은 레고처럼 조각들이 맞춰지면 수천, 수만 개의 창조물이 나오듯 전 세계의 디지털 자산이 결합해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Busan Digital Asset Nexus라는 뜻의 약자다. 이와 함께 비트코인(Bitcoin), 비욘드(Beyond), 블록체인(Block chain), 이 모든 것을 끌어안은 부산(Busan)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상품을 빠르고 신속하게 구매하기 위해 아마존·쿠팡과 같은 상품 전자상거래소를 이용하듯 금과 와인, 부동산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디지털 상에서 간단하게 거래할 수 있고, 투자하는 플랫폼이 바로 비단이다.
과거 삼국시대 때 화폐와 선물로써 주요 기능을 했던 ‘비단’이 지금의 디지털 시대에도 실물화폐로서의 역할을 하고, 비단길이 동과 서를 연결하는 허브역할을 했듯 디지털 실크로드를 만들겠다고 김상민 대표는 힘줘 말했다.
/정의종·하지은·김우성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