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전 화재가 발생한 인천 서구 한 빌라를 찾았다. 검게 그을린 외벽과 코끝을 찌르는 탄내가 화마의 잔혹함을 떠올리게 했다. 화재가 난 집에는 방학을 맞아 혼자 시간을 보내던 열두살 초등학생이 있었다. 아이는 화재로 중상을 입은 후 결국 세상을 떠났다.
화재 흔적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우편함에 가득히 쌓인 공과금 더미였다. 공과금 고지서 사이로 전기·가스요금 체납을 알리는 공고문이 보였다. 공과금 체납은 해를 넘겨 이어지고 있었다. 가정 내에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가정 내 위기 징후를 알리는 수많은 목소리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해당 가정에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아버지는 투석으로 병원에 다녀야 했고,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했다. 이 때문에 홀로 있는 아이가 자주 목격됐다고 했다.
한 이웃은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러워 마을 통장에게 상황을 알려보기도 했다”며 안타까움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e아동행복지원사업’에 따라 위기 신호를 감지한 지자체는 다섯 차례에 걸쳐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의 손길은 닿지 못했다. 소득과 재산 규모가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이나 차상위계층 기준에 속하지 못한 아이의 가정은 어떠한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했다.
숫자로만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소득이나 재산 등 전통적인 기준으로만 지원 대상을 판가름할 때 복지 사각지대는 점차 커진다. 복지 지원 대상자가 아니라거나, 스스로 복지 지원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많은 위기 가구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취재를 이어가던 중,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의 부모님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아이가 사망하기 전 만난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 상태를 묻는 질문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좋아질 것이다”라며 주문을 외듯 답변했다. 다시는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별이 된 아이의 명복을 빈다.
/송윤지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