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퀼’ ‘나이퀼’ 반입 규제
국내 유통 식약처 허가 없는 탓

20일 수원 시내 한 약국. 기자가 “C 감기약 하나 달라”고 말하자 약사가 곧바로 약을 꺼내 건넸다. C 감기약은 처방전 없이도 쉽게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다. 하지만 같은 성분이 포함된 해외 감기약은 한국에서 ‘마약류 함유 불법 반입’으로 규제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다녀온 A(29)씨는 현지에서 감기에 걸려 편의점에서 데이퀼(DayQuil)을 구매했다. A씨는 “그냥 매대에서 집었고 신분증 검사도 없었다”며 “데이퀼과 나이퀼(NyQuil)은 미국에서 가장 만만하게 구매하는 ‘국민 감기약’”이라고 말했다.
이런 차이는 해당 감기약들에 포함된 덱스트로메토르판(DXM)에 대한 국내 규제에서 비롯된다. 최근 관세청은 해외에서 DXM이 포함된 감기약의 불법 반입이 늘어나고 있다며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체 마약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DXM은 감기약에서 흔히 쓰이는 기침 억제제이나 2003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됐다. 고용량 복용 시 환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오남용 방지를 위해 일정 기준을 두고 관리한다. 그렇다고 DXM이 포함된 모든 감기약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 C 감기약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에도 포함돼 있으며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제품별 DXM 함유량을 살펴보면 C 감기약에는 15㎎, 데이퀼에는 20㎎, 나이퀼에는 30㎎이 포함돼 있다. 모두 1일 최대 복용량 기준치인 60㎎ 이하다.
관세청 발표 이후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해외직구 온라인 카페에는 ‘이게 마약류라고?’, ‘미국에서는 쉽게 사는데 금지라니 황당하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같은 성분이 포함된 C 감기약은 되고 데이퀼·나이퀼은 안 되는 걸까. 핵심은 ‘국내 허가 여부’다. C 감기약은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제조·판매되는 의약품이지만 데이퀼·나이퀼은 한국에서 정식 수입되지 않은 제품이다.
이와 관련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정식으로 허가받은 의약품과 해외에서 별도 승인 없이 반입되는 제품은 다르다”며 “C감기약은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국내에서 유통되는 반면, 데이퀼·나이퀼은 한국에서 정식 수입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