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버스 업계가 수입 감소, 유류비 인상, ‘노쇼’ 피해로 다중고를 겪고 있다.
21일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고속버스 이용률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버스 이용률이 저조하다보니 거리두기 정책 당시 생긴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업체들이 자산을 다 팔고도 모자라 고속버스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고 말했다.
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 보지만 유류비가 치솟으면서 부담은 늘고 있다. 고속버스가 주유하는 경유 가격은 1천541원으로 휘발유와 견줄 만큼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버스는 노선 하나당 편도 200~400㎞를 달리기 때문에, 경유값이 몇원만 올라도 기름값으로 한달에 4천만원 가량을 더 지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도내 버스 터미널들은 노후화가 심해 고속버스를 찾을 유인을 더욱 떨어뜨린다. 이날 찾은 시흥시 정왕동 시흥종합버스터미널은 오가는 사람이 없고 텅 비어 있었다. 터미널 안 편의시설은 플라스틱으로 된 대기 의자가 전부였다. 정왕동에 사는 전모(55)씨는 “버스 터미널은 대기 공간이 허름하고 화장실도 낡아서 이용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집에서 조금 멀더라도 광명역에서 KTX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출발 시간 직전 버스 표를 취소하는 이른바 ‘노쇼’도 고속버스 업계를 힘들게 하는 요소다. 고속철(SRT·KTX) 자리는 예매가 어렵다보니 고속버스 좌석을 우선 마련해두고, 기차에 빈자리가 생기면 버스 이용을 취소하는 식이다. 고속버스가 고속철의 차선책으로 전락한 탓에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가까울수록 노쇼가 심하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부터 전년도 11월까지 1년간 고속버스 예매 취소 건수는 368만7천672건에 달한다. 이 중 출발 하루 전부터 1시간 전까지 취소하는 사례가 230만5천95건으로 절반 이상(62.5%)을 차지한다.
이같은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폐선하는 노선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 2019년 208개에 달했던 고속버스 노선은 작년 156개로 감소(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했다. 3년만에 3분의 1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같은날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수원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 김모(62)씨는 “고향에 KTX역이 없어서 명절날 집에 가는 길에 고속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며 “버스의 인기는 줄었지만 꾸준히 찾는 사람이 있는 만큼, 필요한 노선은 살아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