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을 평생 할 것 같은데요?”
22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거리에서 만난 10년차 배달 기사 유모 씨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따로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어 연금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데다, 배달 일을 시작하기 전에 다녔던 직장도 1년 단위로 옮기길 반복해 안정적으로 보험료를 내 본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노후에 일을 못해도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도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일을 놓고 쉬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8년 만에 이뤄진 모수개혁으로 국민연금의 공적 기능이 강화됐지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에겐 ‘남 일’인 모습이다. 사업장이 보험료를 일부 보전하는 직장인과 달리 보험료를 오롯이 부담해야 하는 이들은 경제적인 부담이 커 국민연금 가입을 최대한 미루거나 포기해서다.
지난 20일 여야는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의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합의했다. 가입자가 매달 내는 보험료율은 기존 9%에서 13%로 상승했고, 은퇴 후 수급 연령에 도달해 받는 연금액은 소득의 40% 에서 43%로 올랐다. 월 309만원의 직장인의 경우 월 보험료가 12만4천원 가량 오르는데, 회사와 노동자가 절반씩 내므로 가입자가 내는 돈은 6만2천원 가량이 오른 셈이다.
그러나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소속 사업장이 없어 국민연금에 가입할 경우 ‘지역가입자’로 들어야 하는데, 사업장이 보험료를 절반 납부해주는 직장인과 달리 이들은 보험료를 오롯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낮은 가입율’은 모수개혁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관련한 최근 통계 기준 특수고용직(166만명·2021년 기준)의 국민연금 가입비율은 37.5%로 역시 최근 통계인 2023년 말 기준 18~50세 가입 대상 인구 중 가입 비율 73.9%를 크게 밑돌았다.
20여년 차 법인 대리기사 김모씨는 “은퇴 후에 노후자금을 마련하고자 일을 하는 50~60대에게 노후를 대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버는 돈이 많지 않은데 가정까지 있으면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변 기사들 중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에도 매달 달라지는 수입에 보험료가 부담인 순간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5년차 배달 기사 김모(37·인천)씨는 “수입이 적어 최저 납부 금액인 9만원을 매달 내고 있다”며 “배달업은 소득이 일정치가 않아 수익이 낮은 날은 보험료의 부담도 큰데, 보험료율이 오르면 부담이 더 가중될 것 같다”고 했다. 2년차 택시 기사 김모 씨도 “이전 직장과 달리 택시는 경기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나가는 돈은 거의 정해져 있으니 부담이 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종헌 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 위원장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의 소속 업체와 플랫폼에게도 책임을 부과해 직장가입자처럼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며 “모수개혁이 이뤄진 만큼 앞으로는 부담금 등 사용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에 관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목은수·송윤지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