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 결혼을 절대 알리지 말아 주세요.” 경기지역 한 지방자치단체장이 큰 딸을 시집보내면서 주위에 철저히 알리지 않는 채 결혼식을 치른 것으로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축의금은 물론 식장 방문도 정중히 사양했다고 한다.
결혼식은 인륜지대사로 두 사람의 결혼을 만천하에 알리고 하객들의 축하 속에 자녀의 앞날을 축복하는 자리이긴 하지만, 120만 인구의 대도시 수원특례시의 수장인 이재준 시장은 달랐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22일 오후 2시30분 수원시 내 한 웨딩홀에서 열린 이 시장의 장녀 결혼식은 여느 유력 정치인들의 자녀 경조사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1남 2녀 중 첫째 딸 결혼식임에도 전혀 과하거나 화려하지 않았다.
지역 정·관계를 비롯해 재계, 학계, 언론, 사회단체 등에서 보내온 100여개의 축하화환과 축의금 행렬, 그리고 혼주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는 하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앞서 이 시장은 직원들에게 결혼식과 관련한 일체의 발언을 금지(?)시키고, 식장 방문 역시 자제를 요청했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 한 공무원은 “이재준 시장의 장녀 결혼식은 여는 보통 사람들의 결혼식 모습이었다”며 “관행처럼 받아들여졌던 합법적인 정치자금 마련 및 세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과거 정치권의 경조사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고 전했다.
최근 중앙정치권에 이어 전국 지자체장 사이에서도 비공개 결혼식 트렌드가 보편화돼 가족모임으로 결혼식을 치르면서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경조사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는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었고 정치권이 특권의식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수원시의회 한 의원은 “청첩장을 받지 않아 가보지도 못하고 축하도 해주지 못 해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시민들의 민심을 헤아리고 지역정서에 맞게 양가 가족·친지들과 지역에서 조촐하게 치른 것 같다“며 “이런 투명한 모습이 공직사회의 전반으로 확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이 직무관련자에게 자신의 경조사를 통지하고 직원에게 청첩장 작성·발송 등 사적 노무를 요구한 사실을 확인해 감독기관에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사실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