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담보 대출까지 받기도

휘발유만큼 오른 경유 값 부담

노후터미널 등 원인 이용 줄어

유류비 인상과 승객 수요 감소 등으로 고속버스업계가 경영난을 겪으며 폐선하는 노선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권선구 수원종합버스터미널 승차장에 붙은 고속버스 휴업 안내문. 2025.3.2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유류비 인상과 승객 수요 감소 등으로 고속버스업계가 경영난을 겪으며 폐선하는 노선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권선구 수원종합버스터미널 승차장에 붙은 고속버스 휴업 안내문. 2025.3.2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고속버스 업계가 유류비 인상과 수입 감소에 이어 출발 시간 직전 버스표를 취소하는 이른바 ‘노쇼’ 피해로 ‘다중고’를 겪으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3일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에 따르면 고속버스 이용률은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선 이처럼 버스 이용률이 저조하다 보니 거리두기 정책 당시 생긴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에는 자산을 다 팔고도 모자라 고속버스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실정이다.

여기에 허리띠를 졸라매 보지만 유류비가 치솟으면서 부담은 더욱 늘고 있다. 고속버스가 주유하는 경유 가격은 리터당 1천541원으로 휘발유와 견줄 만큼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고속버스는 노선 하나당 편도 200~400㎞를 달리기 때문에, 경윳값이 몇 원만 올라도 기름값으로 한 달에 4천만원 가량을 더 지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도내 버스 터미널들은 노후화가 심해 고속버스를 찾을 유인을 더욱 떨어뜨린다. 지난 주말 찾은 시흥시 정왕동의 시흥종합버스터미널은 오가는 사람이 없고 텅 비어 있었다. 터미널 내부 역시 플라스틱으로 된 대기 의자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편의시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표 취소 ‘출발 1일전’ 62% 달해

수년새 전국 노선 3분의 1 감소

고정수요 여전… “대책 마련을”

유류비 인상과 승객 수요 감소 등으로 고속버스업계가 경영난을 겪으며 폐선하는 노선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권선구 수원종합버스터미널에 정차한 고속버스. 2025.3.2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유류비 인상과 승객 수요 감소 등으로 고속버스업계가 경영난을 겪으며 폐선하는 노선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수원시 권선구 수원종합버스터미널에 정차한 고속버스. 2025.3.2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정왕동에 사는 전모(55)씨는 “버스 터미널은 대기 공간이 허름하고 화장실도 낡아서 이용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집에서 조금 멀더라도 광명역에서 KTX를 이용한다”고 했다.

노쇼도 고속버스 업계를 힘들게 하는 요소다. 고속철(SRT·KTX) 자리는 예매가 어렵다 보니 고속버스 좌석을 우선 마련해두고, 기차에 빈자리가 생기면 버스 이용을 취소하는 식이다. 고속버스가 고속철의 차선책으로 전락한 탓에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가까울수록 노쇼가 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23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년간 고속버스 예매 취소 건수는 총 368만7천672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출발 하루 전부터 1시간 전까지 취소하는 사례가 230만5천95건으로 절반 이상(62.5%)을 차지했다.

이 같은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폐선하는 노선은 점점 늘고 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자료를 보면 지난 2019년 208개에 달했던 고속버스 노선은 지난해 156개로 감소했다. 5년 만에 3분의 1가량이 줄어든 셈이다.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런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같은 날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수원종합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시민 김모(62)씨는 “고향에 KTX역이 없어서 명절날 집에 가는 길에 고속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면서 “버스의 인기는 줄었지만, 꾸준히 찾는 사람이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지원 등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 필요한 노선은 살아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