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안 첫 시설 목표에도

정부 운영·세부기준 없어

 

활용면적 부족 수도권 신중

市·경기도, 보조금 신청 無

복지부 “법 개정 기반 강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월 30일 오전 현대유람선 추모 배에 오른 성묘객이 부표를 향해 헌화하고 있다. 2025.1.30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월 30일 오전 현대유람선 추모 배에 오른 성묘객이 부표를 향해 헌화하고 있다. 2025.1.30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

정부가 ‘산분장’(散粉葬) 합법화 후속 조치로 ‘공공 산분장지’ 조성 지원을 추진하면서도 정작 시설·운영 세부 기준을 마련하지 못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23일 인천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전국 17개 시도에 ‘2025년 산분장지 조성사업 국고보조금 신청 안내’ 공문을 보냈다. 지자체가 산분장지를 조성할 때 드는 비용의 70%를 국비로 지원할 테니, 조성계획이 있는 지자체는 내달 18일까지 신청서를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이르면 연내 첫 공공 산분장지 개방을 계획하고 있다.

산분장은 화장 유골의 골분(뼛가루)을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장례 형태다. 그동안 공공연하게 각종 매체에 노출됐지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 명시되지 않아 합법도, 그렇다고 불법도 아닌 상황이었다. 그러다 올해 1월 장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식으로 법 테두리에 들어왔다. 전국 매장·봉안시설이 포화 상태인 만큼, 정부는 산분장지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산분장 이용률을 높이고자 한다.

하지만 인천시와 경기도는 이번 산분장지 조성사업 국고보조금 신청서를 내지 않을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신규 산분장지를 조성하는 것이 아닌 기존 장사시설을 보완하는 개념인 데다, 당장 산분장지를 어디에 어떻게 조성해야 할지 방향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산분장의 한 종류인 ‘해양장’(海洋葬)이 30년째 이어져 온 인천시조차 구체적 운영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2월5일자 1면 보도)

전국에서 산분장이 활성화하려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법·제도 기반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는 게 지자체 판단이다. 현행법령에는 ‘바다에 분골을 뿌리려면 육지에서 5㎞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정도만 명시돼 있을 뿐, 산분장지 조성에 필요한 최소 면적이나 조건, 신고제 또는 허가제를 통한 산분장 업체 관리 방안, 구체적 산분 방법 등 세부 지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장사시설로 활용 가능한 면적이 부족한 수도권은 시설 조성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는 산분장 관련 시설이 없고, 신청을 원하거나 하려는 지역도 없다”며 “신규 지정은 이번에 해당이 안 되고 산분장 합법화에 대한 후속 조치 정도로 판단해 당장은 신청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전국에 산분장지를 조성해 운영한 사례가 여러 개 나오거나 제도가 정착된 뒤, 이를 토대로 인천시만의 중장기계획을 세워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며 “아직 산분장 활성화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봉안시설은 장사법에 안치 규모와 같은 설치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산분장은 이제 시행령이 본격 시행된 단계라 아직 법에 이러한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장사법 개정을 통해 산분장지 등에 관한 규정을 추가하거나 산분장만 따로 지침을 만드는 등 기반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고건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