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전문예방진화대 급조 논란

 

전문적 훈련 받지 않은 인력 투입

‘고령자’ 위기상황 대처도 부적합

전문가, 산불 예방 주력이 바람직

24일 오전 경남 산청 산불로 숨진 희생자 4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창녕군 창녕읍 창녕군민체육관에서 추모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5.3.24 /연합뉴스
24일 오전 경남 산청 산불로 숨진 희생자 4명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창녕군 창녕읍 창녕군민체육관에서 추모객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5.3.24 /연합뉴스

산청 대형 산불에 투입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3명이 사망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은 물론 교육도 받지 않은 채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조직을 산불 현장에 투입한 일선 지자체들의 주먹구구식 진화대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24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이하 진화대)는 매년 봄·가을철 산불조심 기간에 산불 예방과 진화를 위해 지자체에서 구성하는 조직으로, 전원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아마추어에 가까운 주민들이 위험천만한 산불 진화 현장에도 투입된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1일 경상남도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진화(3월24일자 2면 보도) 도중 사망한 4명 중 공무원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진화대원이었다.

이를 두고 최고 대응 단계인 3단계가 발령된 산불 현장에 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인력을 투입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전날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산림청·경남도 현장통합지휘본부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등에 대한 경찰 조사를 촉구했다.

수원시에서 활동하는 진화대원 A씨는 “평소 산불 취약 지역을 순찰하거나, 화재 진압 이후 잔불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며 “산청 산불처럼 최고 대응 단계가 발령된 화재 현장에도 예방진화대원이 투입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24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대기하는 수원시의 한 산불진화초소 앞에 화재 진압에 사용하는 등짐펌프와 갈퀴가 놓여 있다. 2025.3.24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24일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대기하는 수원시의 한 산불진화초소 앞에 화재 진압에 사용하는 등짐펌프와 갈퀴가 놓여 있다. 2025.3.24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신체 능력이 저하되는 고령자가 대부분 지원하지만, 선발 규정도 부실한 상황이다. 체력 검정 방법을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하다 보니 관련 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고양시 덕양구는 지난해 가을철 진화대를 대면 전형 없이 서류심사 100%로 선발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체력을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어 형평성 논란을 우려해 당시 서류심사로 대체했다”면서 “올해 봄철엔 등짐 펌프를 메고 거동이 가능한지 정도를 평가했다”고 했다.

지자체들은 지원자 대부분이 60세가 넘는 고령자인 탓에 강도 높은 시험을 치르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대원들은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현장 투입이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파르고 험한 산지에서 일하지만,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산림청에서 배포한 진화대 운영 요령을 보면 ‘안전 등 수시교육은 주 3회 이상 각 기관에서 실시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지자체들은 수시교육을 한 달에 2~3번가량 실시하고 있다. 또 대원들이 받는 수시교육은 대부분 실무 교육이 아닌 이론 수업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태헌 국립경국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시때때로 바람 방향이 바뀌는 산불 현장에서 전문적인 판단이 어려운 주민들이 불을 끈다는 것은 무리”라며 “진화 업무는 헬기나 소방 등 전문 인력으로 철저히 한정하고, 진화대는 산불을 예방하는 데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