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2025.3.24 /연합뉴스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2025.3.24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재판관 5인의 기각, 1인의 인용, 2인의 각하 의견으로 기각을 선고했다. 한 총리는 탄핵소추 이후 87일 만에 즉각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 수행을 재개했다. 이날 심판으로 최상목 대통령 권한 대대행 체제가 해소됨으로써 국정의 안정을 회복하고 당면한 대미 통상외교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헌재의 이날 심판은 아쉬움과 우려를 동시에 남겼다. 탄핵을 인용한 1명의 재판관을 제외한 전원이 기각과 각하 의견을 냈다. 대통령 권한대대행 체제로 인한 국정혼란과 외교불능 상태를 감안하면 선고를 지체한 사실이 못내 아쉽다. 특히 재판관들은 심판 의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총리 탄핵소추를 분리했다. 한 총리 심판 선고를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우려는 두 가지 탄핵소추 사안에 대한 엇갈린 판단에서 비롯된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의결정족수에 대해 재판관 6인은 본래의 지위인 국무총리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수가 맞다는 판례를 남겼다. 반면에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해서는 4명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하지만 파면사유는 아니라고 밝혔고, 1명만 위헌·위법적인 파면 사유로 판단했다. 민주당에게는 한 대행에 대한 과반수 재탄핵 권리를 인정하고, 한 대행에게는 마은혁 재판관 후보 임명을 보류할 근거를 남기고, 탄핵심판 자체는 기각 판례를 남긴 셈이다.

한 대행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헤치고 다시 한번 위와 앞을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둔 내전 정국에 실현되기 힘든 호소다.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거법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정국은 요동칠 테고, 헌재는 한 대행 심판 결과로 마은혁이라는 분란의 씨를 남겼다.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 완결을 위한 마 후보 임명에 총력을 기울일 테고 이 과정에서 한 대행 재탄핵 압박도 나올 수 있다. 국민의힘은 헌재 심판 결과로 한 대행의 마 후보 임명 불가를 요구할 것이다.

한 대행에 대한 헌재 심판 종결로 탄핵정국이 한고비를 넘기긴커녕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난국 극복을 위한 최종적인 수단은 헌재의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정당과 진영 간의 곡해와 추측이 더욱 깊어지기 전에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신속하게 결단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