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 신경발달장애 2.6%

수요 대비 전문의 크게 모자라

“예약도 못 해” 부모들 발동동

경기북부에 거주 중인 강한나(가명)씨는 최근 지인들로부터 만 3세 자녀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 진단을 권유받았다. 아이가 냄비뚜껑과 장난감 등 둥그런 물건들을 반복해서 돌리는 모습을 강씨가 촬영해 SNS에 올렸는데, 주변에서 이같은 행동이 자폐증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폐증 진단이 가능한 소아·청소년정신의학(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수도권 대학병원들에 예약 문의를 돌렸지만, 병원 대부분이 신규 초기진단 예약을 거부하거나 최소 1~2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자폐증은 전문의 진단 없이는 각종 치료나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강씨는 자폐증일 수도 있는 아이에 대해 당장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어 불안함에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대학병원의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아동의 정신장애 진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간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22년 기준 만 17세 이하 인구의 16.1%가 불안, 우울 등 각종 정신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전문의 진단이 필수인 자폐증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신경발달장애는 2.6%의 아동들이 앓고 있다.

신경발달장애는 뇌 손상과 관련된 정신장애로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 또는 종합병원 등을 통해서만 진단받을 수 있다. 장애 등록이 돼야 정부가 제공하는 발달재활서비스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의료대란까지 겹치며 앞서 강씨처럼 도내 종합병원에서 관련 초진 예약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3명 있는 아주대병원의 경우, 내년 12월까지 모든 일정이 마감됐다. 현재 신규 초진 예약을 받지 않고 있으며 올해 연말에서야 병원의 별도 공지를 통해 2027년 예약을 신청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의료진이 1명 추가돼 2명의 전문의가 진료하는 분당서울대병원도 내년 5월까지 예약이 마감된 상태인 반면 초진 예약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경발달장애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필요성이 높은 만큼,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확충과 병원의 진료시스템 개선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 관계자는 “소아정신과 예약 문의가 많지만, 기존 환자의 진료도 있기 때문에 예약 일정은 1년 뒤까지 금방 마감된다”며 “최근 이어진 의료사태 이후로 불확실성도 커져 지금은 초진 예약도 받지 않고 있다. 언제 초진 예약을 재개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