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주거지 화재 잇따라

 

22개동 전소… 50여세대 집 잃어

“수십년 살았는데” 임시거처로

“폭우·폭설도 반복” 피해 일상

“임대주택 대기자 조기입주를”

지난해 겨울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과천 꿀벌마을이 4개월 만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오후 과천시 꿀벌마을 주거용 비닐하우스 단지가 화재로 인해 잿더미로 변해 있다. 2025.3.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해 겨울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진 과천 꿀벌마을이 4개월 만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오후 과천시 꿀벌마을 주거용 비닐하우스 단지가 화재로 인해 잿더미로 변해 있다. 2025.3.24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최근 과천시의 주거용 비닐하우스 밀집지역 꿀벌마을에서 불이 나면서 70여명이 집을 잃었다. 주민들은 계절마다 반복되는 재난에 조속한 이주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오전 11시께 과천 ‘꿀벌마을’에서 만난 A(75)씨는 화마가 휩쓸고 간 집터를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틀 전 마을에서 난 불로 전소한 A씨의 집에는 검게 그을린 철골과 집기류만 널브러져 있었다. 꿀벌마을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그는 “처음엔 몇 년 살다 나가겠지 싶었지만, 주거비를 감당하기가 버거워 여기서 아들들을 다 키워냈다”며 “다음 달에 임대주택 입주를 위한 실사를 앞두고 있었는데 당장 머물 곳이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꿀벌마을 주민자치회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5시26분께 과천 과천동의 주거용 비닐하우스 밀집지역 꿀벌마을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비닐하우스 22개동(주거용 17개동)이 전소했고 53세대에서 이재민(70여명 추정)이 발생했다. 한 비닐하우스에서 최대 5가구가 공간을 쪼개 살아가던 주민들은 현재 남태령경로당 등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이번 화재로 비닐하우스 집이 전소된 A(75)씨가 매년 담그는 매실액기스가 담겨있던 항아리를 살펴보고 있다. 2025.3.24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이번 화재로 비닐하우스 집이 전소된 A(75)씨가 매년 담그는 매실액기스가 담겨있던 항아리를 살펴보고 있다. 2025.3.24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화재로 집을 잃은 김명자(85)씨는 이번이 두 번째 ‘전소 경험’이라고 했다. 지난 2005년에도 비닐하우스에서 불이 나 모든 살림살이를 잃었다. 그러나 불이 다 꺼지고 집으로 돌아왔던 당시와 달리 이번엔 불이 집을 덮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는 “연기가 산까지 새까만데 무서워서 걸음도 못 걸었다”며 “할아버지는 치매가 있어 대부분 누워있는데, 불이 나기 전날 딸이 데리고 가서 살 수 있었다”고 했다.

꿀벌마을 주민들은 계절마다 반복되는 기후재난을 오롯이 짊어진 채 살아가고 있었다. 배수로가 갖춰지지 않은 이곳에서는 여름철이면 폭우로 인한 수해 피해가 일상이 됐다. 상하수도가 없어 전기펌프로 지하수를 사용하는 탓에, 이번 화재로 전신주가 불타면서 남은 주민들은 전기와 더불어 물도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일부 주저앉기도 했다.

경기도 조사를 보면 꿀벌마을과 같은 도내 주거용 비닐하우스는 2천700동에 달하며, 주민 5천500여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거처와 임대주택으로의 조기 입주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화재로 이재민이 된 강경돈 꿀벌마을 부회장은 “주민 중에는 8월 입주로 예정됐던 임대주택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다”며 “빠르게 입주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거나 그동안 임시방편으로 지낼 수 있는 거주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