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SD 개념’ 희박하던 1999년 발생
당시 분위기상 정신과 치료도 소극적
진단서 등 존재하지 않아 비해당 판정
경찰·소방 등 위험직군에도 길 열어둬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개념이 희박하던 시절 발생한 ‘제1연평해전’ 참전장병 8명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은 군인이 과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의 상이를 입고 전역한 경우 별도의 상이등급을 부여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도록 하고, 필요한 소급적용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25일 대표발의했다.
고동진 의원실에 따르면 1999년 6월 발생한 제1연평해전에 참수리 325호정 승조원으로 참전한 장병 8명은 교전 직후의 PTSD 진단서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최근 국가보훈부로부터 ‘정신적 피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 ‘국가유공자 비해당’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999년에는 PTSD라는 개념이 명확히 자리 잡지 않은 데다 당시 사회 분위기상 정신과적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려웠던 현실,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피격사건 생존 장병들도 2021년에 이르러 PTSD에 따른 국가유공자로 인정받기 시작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제1연평해전 장병들은 ‘입법 및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의원실은 설명했다.
제1연평해전은 우리 측 사망자 없이 대승을 거두고 끝났지만, 10m 이내 근접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선제사격 금지’ 교전수칙이 적용돼 참전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왔다. 참수리 325호정에는 158발 이상의 탄흔이 남았다.

이에 고동진 의원은 군인이 전투나 전투에 준하는 (대통령령)직무수행 중에 PTSD 등의 상이를 입고 전역한 경우 기존의 획일화된 상이등급 규정을 벗어나 당시 직무 성질 및 상황, 현재 활동에 대한 간접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별도의 상이등급으로 판정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고 소급적용 규정도 마련토록 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특히 경찰과 소방 등 위험직군 공무원들도 과거의 PTSD 진단서·진료기록이 없더라도 국가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관련 있는 직무수행 중 정신적 상이를 입고 퇴직한 경우 다각적인 심의를 통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고동진 의원은 “제1연평해전 영웅들의 공로를 잊어선 안 되고 그들은 국가가 지켜야 한다”며 “법이라는 것은 상식과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바, 영웅들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종·김우성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