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업체와 계약해도 결국은 한 몸통 회사”
소비자 선택권 제한 비판 제기
청소 조건·인력 등 갈등 빚기도
‘적법한 사업자 등록’ 제지 못해

정신없는 이사 당일, 입주청소를 맡겼는데 계약한 업체가 아닌 엉뚱한 업체 직원이 청소하러 왔다. 알고 보니 해당 업체들은 모두 대표가 같거나 각 회사에 임직원으로 등록된 한 몸통이었다.
이른바 야식집 전략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다(多) 간판 마케팅’이 요식업을 넘어 입주청소업계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의정부 시민 김수호(가명) 씨는 지난달 온라인 사이트에서 입주청소 팀장을 모집한다고 올린 구인 공고를 보고 인천의 청소업체 A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A사로부터 청소용품 등을 지급받은 김씨는 이후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 내 아파트와 원룸에 의뢰가 들어온 곳을 청소했다.
그러나 입사 며칠 후부터 김씨는 회사에서 이상한 요구를 받았다. 분명 A사 소속으로 근로 계약을 했지만, 현장에 갔을 땐 다른 업체에서 나왔다고 말해달라는 것이다. 약 1개월 동안 김씨는 9개 회사 이름으로 청소를 진행했다.
해당 9개 회사는 각각 권역별로 구분됐다. 인천과 경기 북서부 지역은 A사, 경기 북동부와 서울 강북지역은 B사, 경기 남부 지역은 C사 등으로 나누어졌지만 각 회사의 대표는 A사의 대표로 같거나 A사 내에서 ‘이사’라고 불리는 임원진이었다. 사실상 같은 회사였던 것이다.
문제는 현장에서 타 사와 개별 계약을 맺은 고객이 타사의 광고대로 특수 청소를 부탁해도 김씨에겐 이 같은 사실이 사전에 전달되지 않아 청소 장비가 없거나 인력 여건이 안 맞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앞서 대표나 사업장 주소지 등이 같지만 가게 명칭만 여러 개를 내건 ‘다 간판 마케팅’은 요식업계에서 만연한 문제로 꼽혀왔다. 한 가게가 여러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것이 소비자를 기만하고 선택권을 좁힌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관계 당국은 적법하게 발급받은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면 현행법상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업계에서도 이러한 행태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쓰이고 있다. 24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등록된 도내 4천500여 개 청소 업체 중 등록 주소가 같고 업체명이 네 다섯개로 다른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역은 각기 다르지만 같은 날 인허가를 받은 복수의 업체가 또다시 같은 날 폐업신고를 해 다 간판 마케팅으로 의심이 가능한 업체들도 보였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계약업체와 동일한 업체의 직원이 현장에 나오는지 꼼꼼히 따져봄과 동시에 업계의 자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와 플랫폼 기업의 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체와 소비자 사이엔 정보가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에서 이러한 업계 행태에 대한 조사와 대책을 마련해 소비자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