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업체와 계약해도 결국은 한 몸통 회사”

 

소비자 선택권 제한 비판 제기

청소 조건·인력 등 갈등 빚기도

‘적법한 사업자 등록’ 제지 못해

정신없는 이사 당일, 입주청소를 맡겼는데 계약한 업체가 아닌 엉뚱한 업체 직원이 청소하러 왔다. 알고 보니 해당 업체들은 모두 대표가 같거나 각 회사에 임직원으로 등록된 한 몸통이었다.

이른바 야식집 전략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다(多) 간판 마케팅’이 요식업을 넘어 입주청소업계에도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달 인천의 한 청소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김수호(가명)씨는 회사로부터 현장에서 타 업체 직원이라 말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2025.3.2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지난달 인천의 한 청소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은 김수호(가명)씨는 회사로부터 현장에서 타 업체 직원이라 말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2025.3.24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의정부 시민 김수호(가명) 씨는 지난달 온라인 사이트에서 입주청소 팀장을 모집한다고 올린 구인 공고를 보고 인천의 청소업체 A사와 근로계약을 맺었다. A사로부터 청소용품 등을 지급받은 김씨는 이후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 내 아파트와 원룸에 의뢰가 들어온 곳을 청소했다.

그러나 입사 며칠 후부터 김씨는 회사에서 이상한 요구를 받았다. 분명 A사 소속으로 근로 계약을 했지만, 현장에 갔을 땐 다른 업체에서 나왔다고 말해달라는 것이다. 약 1개월 동안 김씨는 9개 회사 이름으로 청소를 진행했다.

해당 9개 회사는 각각 권역별로 구분됐다. 인천과 경기 북서부 지역은 A사, 경기 북동부와 서울 강북지역은 B사, 경기 남부 지역은 C사 등으로 나누어졌지만 각 회사의 대표는 A사의 대표로 같거나 A사 내에서 ‘이사’라고 불리는 임원진이었다. 사실상 같은 회사였던 것이다.

문제는 현장에서 타 사와 개별 계약을 맺은 고객이 타사의 광고대로 특수 청소를 부탁해도 김씨에겐 이 같은 사실이 사전에 전달되지 않아 청소 장비가 없거나 인력 여건이 안 맞고 갈등이 생기는 경우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앞서 대표나 사업장 주소지 등이 같지만 가게 명칭만 여러 개를 내건 ‘다 간판 마케팅’은 요식업계에서 만연한 문제로 꼽혀왔다. 한 가게가 여러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것이 소비자를 기만하고 선택권을 좁힌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관계 당국은 적법하게 발급받은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면 현행법상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소업계에서도 이러한 행태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쓰이고 있다. 24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등록된 도내 4천500여 개 청소 업체 중 등록 주소가 같고 업체명이 네 다섯개로 다른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역은 각기 다르지만 같은 날 인허가를 받은 복수의 업체가 또다시 같은 날 폐업신고를 해 다 간판 마케팅으로 의심이 가능한 업체들도 보였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계약업체와 동일한 업체의 직원이 현장에 나오는지 꼼꼼히 따져봄과 동시에 업계의 자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와 플랫폼 기업의 제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업체와 소비자 사이엔 정보가 비대칭적이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당국에서 이러한 업계 행태에 대한 조사와 대책을 마련해 소비자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