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교육없고 안전장비 미착용
지자체 아닌 전문 소방에 맡겨야

산불 진화에 일선 시·군 일반공무원이 안전장비 등이 미비한 상태로 동원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또다른 안전 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 내부에서부터,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산림청의 ‘2025년도 전국 산불방지 종합대책’을 보면, 산불의 위험성에 따라 일반공무원으로 구성된 진화대는 위험성이 낮은 잔불·뒷불 감시 등 임무가 부여된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공무원 진화대는 지자체별 10명 내외로 15개조로 편성된다. 이들에게는 산불진화 교육과 개인보호장비가 지급된다.
도내 시군에서 산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부서는 대체적으로 공원녹지과로, 해당 부서 소속 일반공무원은 관할구역에서 산불 발생 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을 인솔해 출동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해당 가이드라인처럼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못할뿐더러, 상황이 급박할 경우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투입되는 일도 부지기수다.
실제 지난 22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 중 숨진 창녕군 소속 공무원도 안전장비 없이 마스크만 쓴 채로 현장에 투입됐다.
산불 진화에 투입된 경험이 있는 도내 한 지자체 공무원은 “산불 현장에 갈 때마다 위험하다고는 항상 느낀다”며 “진화복부터 시작해서 헬멧, 마스크, 보안경, 장갑 등 안전장비를 최대한 갖추고 나가려고는 하지만 급한 상황일 때는 착용하지 못하고 뛰어나갈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본인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이도 “지난해 산불 진화에 투입돼 헬기가 찾기 쉽도록 서 있으라고 지시받았는데 신발도 다 탈 정도로 힘들게 버텼다”며 “행정직인데 산불을 끄러가다니, 취업사기 당한 기분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산불로 공무원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건이 발생해 개선을 요구한 지 20년이 넘은 것 같다”며 “산불과 같이 위험한 업무는 지자체 공무원에 맡길 게 아니고 전문성이 있는 소방에 맡겨야 한다. 또, 공무원이 산불뿐 아니라 동원되는 업무가 많아 과부하됐기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을 갖춰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용재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산불 현장은 훈련된 소방 인력에게도 위험한데, 전문역량을 갖추지 못한 일반공무원이 뛰어드는 것은 무리가 크다”며 “문제는 산불은 산림청이 주무부처고 소방은 지원부처라 소방에게 통제권도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라도 본질적인 시스템이 정비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