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영종하늘도시에 설치된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이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영종하늘도시 개발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지난 2014년 12월 일반·음식물 쓰레기 이송 시스템인 쓰레기자동집하시설 ‘크린넷’을 준공했다. 크린넷은 주거지 인근에 설치된 투입구에 쓰레기를 버리면 지하 관로로 집하장까지 옮겨지는 시설이다. 앞서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 등 전국 신도시에서 선도적으로 이 시설이 도입될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가동 초기부터 고장이 잦았던 데다가 막대한 운영·수선비 등이 들어가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영종하늘도시에 크린넷을 설치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이 1천530억원에 달한다. 쓰레기 이송 관로 70.4㎞, 투입구 617개, 집하장 4곳을 짓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다. 그런데 이 시설은 준공된 지 1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가동되지 못했다. 크린넷 운영비 부담 등을 놓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LH, 담당 지자체인 중구가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했기 때문이다.
영종하늘도시 곳곳에 설치된 크린넷 투입구 주변에는 수풀이 무성할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았다.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된 200여만원의 크린넷 설치비를 부담하고 입주한 영종하늘도시 주민들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해법 찾기에 나선 LH, 인천경제청, 중구는 최근 ‘영종하늘도시 자동 크린넷 연구용역 결과 보고회’를 열고 시설 가동을 위한 노후도 진단과 향후 보수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추정 보수비는 150억~2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인천경제청과 중구는 2023년 10월 협약을 통해 크린넷 운영비는 절반씩, 유지비는 각 75%·25%씩 부담하기로 했다. 또 LH는 크린넷을 보수해 1년간 운영 후 중구에 인계하기로 했다.
특히 해당 기관들은 크린넷 음식물 쓰레기 투입구를 폐쇄하고 일반 쓰레기 투입구만 운영하기로 했다. 유지·보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대신 음식물 쓰레기는 차량으로 별도 수거할 수 있도록 음식물쓰레기종량기기(RFID)를 LH가 설치하기로 했다. RFID는 봉투 없이 기계에서 음식물 쓰레기 무게를 측정해 버린 만큼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크린넷 설치비를 일부 부담하며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들의 동의다. 충분한 검증 없이 도입된 쓰레기자동집하시설이 혈세 낭비를 초래하고 주민들에게도 무거운 짐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