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현 구리시장이 20일 GH 구리 이전 절차 중단과 시의회 파행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3.20 /구리시 제공
백경현 구리시장이 20일 GH 구리 이전 절차 중단과 시의회 파행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3.20 /구리시 제공

경기도 공공기관 이전이 갈 길을 잃고 표류 중이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이전 문제를 둘러싼 경기도와 구리시의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당초 GH는 구리시로 이전할 예정이었지만, 구리시의 서울시 편입 추진이 변수가 됐다. 백경현 구리시장이 재차 편입 의지를 내비치자, 경기도는 GH 이전 중단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사이 남양주시가 가세해 GH 신규 이전지로 남양주 선정을 촉구하면서 실타래는 꼬여만 가고 있다.

경기도는 공공기관 북부 이전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북부 이전은 균형발전을 취지로 이재명 전 지사가 약속했고, 김동연 지사가 이어받았다. 문제는 김 지사가 애초부터 충돌할 수밖에 없는 두 공약을 모두 부여잡고 있다는 데 있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지적이 수차례 나와도 도는 선명한 입장 변화가 없다. 급기야 도는 지난달 21일 “일단 GH 구리 이전 절차를 중단하고 구리시의 반응을 보겠다”고 엄포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한 달 만에 반격했다.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GH 이전은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도의 절차 중단은 정치적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덧붙여 “서울에도 도의 공공기관이 있다. 구리가 서울로 가는 것 때문에 GH가 안오겠다는 것은 난센스가 아닌가”라는 묘한 논리를 폈다.

백 시장의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GH를 비롯한 도내 28개 공기업, 출자·출연기관 중 서울 소재 공공기관은 없다. 도 산하 공공기관은 도청 소재지인 수원이 15개로 가장 많이 있다. 부천 2개, 평택·양주·안산·이천·포천·광주·양평·여주·고양·김포·성남에 1개씩 있다. 이전이 계획된 10개 기관 중 8개는 경기북부로, 2개는 이천·안성으로 간다. 백 시장 주장과 달리 현재 서울에 있지도 않고, 서울 이전 계획이 있는 도 공공기관도 없는 셈이다. 구리시 측은 “백 시장이 서울에 있는 경기도민회관이나 경기도장학관에서 운영하는 기숙사 등과 같은 경기도 (공공)시설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경기도의 공공기관 북부 이전과 특자도 설치, 구리시의 서울시 편입과 GH 유치는 서로 충돌하는 논리로 실현 불가능한 행정이다. 공공기관 이전을 행정 보복의 수단으로 삼아서도, 왜곡된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해서도 안된다.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코미디로 전락할 지경이다. 이러다간 원점에서 재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