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법 못찾고 특별법도 요원
주민들 “잊혀졌나” 심리적 불안
軍 ‘대북 확성기 중단’ 요구 늘어
전문가들 “전략적 유연성 필요”

인천 강화군 접경지역 주민을 타깃으로 하는 북한 대남 확성기 소음공격이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합참 등 정부 부처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며 사태가 장기화하는 동안 주민 피해만 누적되고 있다.
25일 강화 주민 등에 따르면 북한 소음공격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편하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수개월 이어지면서 이곳저곳에서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 생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민도 다수다. 유례없는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며 이번 사안이 정부 관심에서 멀어지며 ‘그냥 잊히고 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주민들을 지치게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여러 피해 지원책을 내놨지만 주민들이 체감하기 힘들었다. 방음창 설치는 일부 가구에 그쳤고, 국회에서는 정주지원금을 늘리는 접경지역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처리는 요원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북한 소음을 멈추게 할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참다 못한 한 강화주민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국방부 차관실에 전화해 항의하자 국방부 차관실로부터 전화 연락을 차단당하는 일도 있었다. 국방부는 규정에 따라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강화 주민 중에는 대북 확성기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다.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해 북한이 오물·쓰레기 풍선을 한국에 지속적으로 날려 보냈고,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이 맞대응 차원에서 소음 공격을 벌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은 대북 확성기 작전을 중단할 생각이 없다. 대북확성기 방송 작전이 북의 오물·쓰레기풍선, GPS 교란, 군사분계선(MDL) 근접 활동 등 도발 행위와 정전협정 위반에 따른 자위권적 군사대응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사 작전을 수행하며 자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사안이다. 인천시는 군 작전 수행 때문에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이 사안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다뤄 대북방송을 중단해줄 것을 관계기관에 요구했지만 어디에서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군이 대북 심리전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우리가 (심리전을) 먼저 중단한다면 북한이 중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우리가 중단한다면 북한이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