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시장 개헌·연금개혁안 등 질문

연설대서 53분 중 38분간 할애

견제 역할 무색… 비판 못 피할듯

25일 열린 인천시의회 시정질문에서 대권 행보를 걷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지방분권 개헌’과 ‘연금개혁안’ 등 시정과 거리가 먼 사안에 대한 시장의 의견을 묻는 이례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시정을 견제해야 할 시의원 보다는 시장 홍보대사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날 인천시의회 제301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질문에 나선 허식(국·동구·사진) 의원은 유 시장이 회장을 맡은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의 ‘지방분권 개헌론’과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 등에 대해 물었다.

통상적으로 시정질문은 인천시 정책현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 반론이 오가는 자리다. 허 의원은 의회 연설대에 오른 53분 5초 중 38분 4초를 개헌과 연금개혁에 대한 유 시장의 의견을 묻는 데 할애했다.

이날 허 의원은 유 시장에게 개헌안을 추진하게 된 동기와 세부 내용 등을 물었다. 시정질문을 시작하면서 “(유 시장이) 국회의원과 장관, 광역단체장을 거친 경륜을 바탕으로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개헌안이라 평가하고 싶다”며 “인천시민들에게 개헌안 내용을 자세히 알리기 위해 질의에 나섰다”고 했다.

허 의원은 유 시장이 답변하는 동안 맞장구를 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유 시장이 최근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언급한 ‘자유시장 경제 기본법’을 설명하자 “아주 좋은 법”이라고 호응하는가 하면, ‘행정의 달인’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허 의원은 이날 유 시장에게 시정과 관련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지방의회 의원이 시정을 견제하는 시정질문 자리가 유 시장의 대권 행보를 홍보하는 시간으로 활용된 셈이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