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과학 학생들 초청 2시간 강연·대담
2심 선고 앞둔 李 질문 등 각종 현안 질문 쇄도
金 “정치 틀 바꿔야…경제·글로벌·통합 자신”
26일 공직선거법 2심 선고가 예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대항마’로 거론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법원에서 슬기롭게, 적법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당당하게 헤쳐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법원 상고 절차가 있기 때문에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5일 저녁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초청으로 강연 및 대담을 진행했다. 학생회는 유력 대선 주자 등 모두 8명을 대상으로 강연 및 학생들과의 대담을 진행해왔는데, 이날 김 지사가 네 번째였다.

학생들은 현 정치 상황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국민연금 모수 개혁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김 지사의 의견을 물었다. 이 대표 재판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면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김 지사에게 거침없이 질문을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형이 확정되고 김 지사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 대표를 사면 복권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지사는 “질문이 매우 자극적”이라고 웃으면서 “예측하긴 어렵지만 설사 피선거권 박탈형이 선고된다고 해도 대법원에서의 상고 과정이 남아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탄핵 국면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치는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조국 전 대표에 대해서도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면서도 사면 문제에 대해선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 되는 상태에서 이 문제를 얘기하는 건 부적절한 것 같다”며 “다만 내란 주범 등에 대해선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전임 도지사이기도 한데, 이 대표보다 지금 김 지사가 더 나은 건 어떤 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엔 “경제, 글로벌, 통합 측면에선 이 대표뿐 아니라 다른 주자들 누구와 비교해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에 오랜 기간 있었고 수많은 국제적 활동을 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킹을 갖췄다. 또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해왔다”며 “대선 후보로서 경선하게 되면 도지사로서의 업적보단 인생을 놓고 봐야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 주자로서의 행보가 비교적 적극적이지 않다는 의견과, 1인 시위의 적절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김 지사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면 빠른 탄핵 인용이 중요하다. 만약 탄핵이 결정되면 여러가지 제가 할 일을 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1인 시위에 대해 “절박감에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여러 정치 행태를 보고 어젠다를 바꾸고 싶어서 지난 대선 때 출마했었다. 대통령 하나를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절박감이 있다”며 “폭력적이지 않고 건전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당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선 “제 공직 후배다. 제가 차관일 때 국장을 역임했었다. 능력 있는 후배”라면서도 최 부총리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해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운 데 대해 “한편으로는 안쓰러움이 있기도 하지만 관료로서 갖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여당, 인사권자의 대행 역할을 한 것일 뿐 나라, 국민을 위한 대통령 대행으로서의 역할까진 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제가 국장 시절 ‘물러날 때를 아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고 싸이월드에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런 진정성이 있다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소신껏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2시간가량 김 지사는 매우 다양한 주제로 학생들과 질의 응답을 주고 받았다. 이 중 청년 세대가 반발하고 있는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과 관련, 김 지사는 “부족한 게 많다”며 “노후 생활 보장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또 연금 운용 방식을 결정하는데 있어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 개혁, 개헌 필요성 등을 거듭 역설한 김 지사는 “제가 대선 때 붕어빵을 하루 판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좋은 밀가루 반죽을 써도 결국 틀이 붕어면 붕어빵이 된다. 틀을 바꿔야만 한다”며 “(조기 대선 등에서)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투표하면 좋겠다. 믿을만한 정치인, 우리가 가진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정치인이 몇 안 되지만 그런 사람을 보고 선택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