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도당 앞 ‘헌재 판단 촉구’ 피켓
수원·안산 등 곳곳서 촛불 시민행동
은희경 등 문인 414명 한 줄 성명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지연되는 가운데, 경기도 노동계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설가 한강을 비롯한 문인 400여 명도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성명을 발표하는 등 탄핵 정국을 둘러싸고 각계각층에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26일 오전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탄핵소추 이후에도 민생은 외면당하고 있다. 정치적 고려로 파면 선고가 늦어지는 동안 사회적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헌재의 조속한 판단과 책임 있는 결정을 촉구했다.
이어 같은 날 저녁에도 수원역 문화광장과 안산 동서코아빌딩 앞에서 각각 촛불 문화제와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리는 등 도내 곳곳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한 시민 행동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경기본부를 비롯해 경기비상행동, 경기청년연대, 도내 농민단체와 시민사회 등이 함께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27일 하루 동안 경기도 전역에서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며 이와 관련해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탄핵 소추 이후 100일 넘게 헌재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노동자와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민생은 파탄 나고 사회적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침묵만 해야 하느냐는 절박함이 현장에 퍼져 있다”며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단순한 노조의 투쟁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정의 회복을 위한 시민적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현장에는 농민들도 참여해 총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선언했다. 전용중 여주시 농민회 사무국장은 “지금은 씨앗을 고르고 밭을 갈며 1년 농사를 준비해야 할 시기지만, 농민들도 이 자리에 함께할 수밖에 없었다”며 “노동자와 농민의 권리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총파업에 연대하며 농민들도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탄핵 심판이 늦어지면서 시민들의 일상에 무력감이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앞서 소설가 한강이 말한 ‘생명, 자유, 평화’는 우리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라며 “탄핵 선고가 지연되는 동안 전국 곳곳은 산불로 타들어 가고, 노동자는 일터에서 죽고, 사람들은 서로를 미워한 채 살아가는데 일상은 아무렇지 않은 듯 흘러간다. 이 모순이야말로 지옥 같다. 그래서 내일, 하루를 멈추기로 했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문학계도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소설가 한강을 비롯한 시인·소설가 등 문인 414명은 한 줄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한강은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는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소설가 은희경·김연수·김초엽·김호연·박상영, 시인 김혜순·김사인·오은·황인찬, 문학평론가 신형철 등이 동참했다. 은희경은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했으며, 김연수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 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